긍정적인 말 한마디의 기억
입학식의 기억만 남고 다른 1학년의 기억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친정집에 있던 가족앨범 속에는 소풍날 양갈래로 머리를 하고 물병을 어깨에 두른 한 장의 사진이 남아있기는 하다. 옆에 친구가 서서 같이 사진이 찍혔지만 누구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초등 2학년의 기억은 좀 더 많이 남아있다. 개학식날부터 꾸중을 들었기 때문이다. 1학년의 마지막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2학년 몇 반이 되었는지 알려주셨고,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자기 반 교실을 찾아갔다. 2학년 때 쓸 교실을 미리 살펴본 아이들은 봄방학의 시작에 기쁨을 외치며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나는 우리 교실을 찾지 못했다. 선생님이 알려준 우리 반 교실로 가보았지만, 교실 푯말은 여전히 1-10 이렇게 되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교실 이동으로 아직 푯말이 교체가 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당시의 나는 갸우뚱하며 저 교실로 가면, 1학년을 한번 더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어서 고민만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울상이 된 얼굴로 집에서 걱정을 했을 것이다.
봄방학이 끝나고 2학년 개학날, 부모님의 손을 잡고 우리 교실 문 앞으로 들어갔다. 담임선생님이 나오시며 물으신다.
“전학생인가요?”
“아니에요, 우리 애가 교실을 못 찾아서요.”
그 말을 남기고 선생님께 나를 인계하시고 엄마는 집으로 가셨다. 교실에 들어오자 담임선생님은 머리를 한번 꿀밤을 해주시고, “교실을 왜 못 찾니?”라고 하셨다. 나의 첫인상은 이렇게 부족함이 많은 아이였다.
2학년 일 년 동안의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일 년의 시간 동안 그래도 무난하게 잘 생활을 했던 것일까? 나의 인상이 조금은 바뀌었나라고 짐작할 수 있는 기억이 난다.
2학년의 마지막 날, 담임선생님은 우리 반 50여 명의 아이들에게 한 명 한 명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누셨다. 나에게도 말을 건네셨다. “너의 장래희망이 무엇이니?”
(긴장한 나에게서 갑작스럽게 단어가 튀어나왔다) “선생님이요”
진중한 고민을 하고 답한 것이 아님이 당연하다. 당시 내가 알고 있는 직업이 얼마 없었을 것이고 선생님께서 물으시니 답변을 해야 하므로 나도 모르게 나온 단어이다.
선생님께서는 내 말을 귀 기울여 들으시더니,
“지금처럼 하면 너는 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을 해 주셨다. 무언가 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선생님이 나를 믿으시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긍정적인 말 한마디에 나에게 와서 감동을 주었는지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선생님의 성함도, 얼굴도 기억에 없지만 그 말 한마디는 나에게 따스하게 다가와 마음에 닿았다.
과거의 기억들은 영화, 드라마처럼 연속적인 영상으로 남아있지 않다. 나의 경우에는 기억의 조각, 말 한마디, 상대방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공기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좋은 기억의 말 한마디가 남아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여러 모습이 있다. 말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고,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가 아직 미숙하여 엉뚱한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에게 말연습을 교육해야 하는 이유이고, 선생님또한 선생님의 말연습이 필요하다. <교사의 말연습>의 저자 김성효선생님은 이렇게 조언합니다.
"심리학에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보고 믿는 대로 아이는 달라집니다.
아이는 언제나 우리가 기대하고 바라는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성장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면이 발전하고 성장하고 있느냐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그 뒤에는 가족, 선생님, 주변인들의 믿음과 응원이 중요하다. 어른들은 좋은 방향을 안내해 줄 수 있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선택은 아이들 스스로 해야 한다.
너무 조급하게 여기지 않고 성장하는 아이를 기다려주고, 긍정적인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따뜻한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러한 마음을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