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게 손을 드는 아이가 되기를....
어린 시절에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책이 제일 좋은 친구였다고 할까? 만화책도 좋아하고 끝없는 상상을 펼칠 수 있는 이야기들.... 밖에 나가서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내향적인 아이였다. 당시에 친구들은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좋아했던 것 같다. 나는 주로 집에서 머물면서 인형놀이, 상상놀이, 책 읽기 정도를 하며 놀았다.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좋지 않기에 부모님들은 책은 그만 보고 나가 놀아라고 권하기도 하셨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 주택에 살던 우리 집에 책장사가 오셨다. 방문판매 아저씨였다. 유명 출판사 위인전을 들고 오셨는데 대략 70권 정도의 세트였고 A세트, B세트로 나누어서 판매하셨다. 아마도 전집이 고가였기 때문에 반절을 팔면 더 판매가 잘 되어서일까? 영업사원과의 대화가 끝나고 우리 집에 책이 들어왔다. 나는 유관순, 퀴리부인등이 들어있는 B세트를 원했으나, 큰아들이었던 오빠를 의식했던 것일까? 우리 집에는 A세트가 들어왔다. 주로 김유신, 이순신, 세종대왕, 정약용 같은 인물의 도서들이 들어왔다.
마음속으로 오빠나 남동생이나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 왜 이걸로 선택하셨을까? 하는 불만은 있었으나, 어쨌든 그 책들을 여러 번 재미있게 읽었다.
그 외에 우리 집 거실에 어른들용 문학도서가 꽤 꽂혀있기는 했으나, 한자가 많이 나오고 글씨가 작고 문맥이 어려워서 내게는 너무 어려운 책들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책을 계속 읽고 싶었으나, 마음껏 읽지를 못했던 갈증을 갖고 있었다.
3학년 때였을까? 여름방학이 다가오는 어느 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공지를 하셨다.
“시립도서관에서 초등학생 독서특강을 하는데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니?”
정적이 흐르고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선생님은 좀 더 기다려 주셨다. 나는 조용히 손을 들었다. 선생님은 신청 내역을 메모하셨고, 얼마 후 나에게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셨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아마도 부모님이 도서관 가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버스를 타고 대략 15분 정도를 가서 초등학생 독서특강에 참여하였다. 큰 길가에 정류장에서 내려서 보조가방을 들고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나의 모습에 대한 기억의 조각이 남아있다. 독후감쓰는 방법이었는지, 독서 논술 수업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책에 관련된 강의였다. 또한 수업이 끝난 후 도서관에서 마음껏 책을 볼 수도 있었다.
스스로 하고 싶어서 참여해서일까? 나에게 의미 있는 특강이었고 도서관이라는 좋은 장소를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경험이었다. 이러한 수확의 시작은 내성적이었던 내가 용기를 내어 손을 들었다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다.
부모가 되고 선생님이 되어서 보니, 우리 아이들에게는 여러 가지 수업과 교육 프로그램의 기회가 있다. 교육청을 비롯하여 여러 교육기관에서 운영하는 교육비 지원이 되는 무료과정도 있고 유료 과정도 있다. 학교에서 있다 보면, 여러 유형의 참가희망자를 만나게 된다. 부모님이 공지내용을 보고 자녀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신청을 하는 경우, 자녀는 희망하지 않으나 부모님이 꼭 해보라고 권유한 경우, 자녀가 먼저 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희망하여 참가하는 경우를 본다.
우리 반에도 적극적으로 진로에 관한 교육을 희망한 친구가 있었다. 올해 과학교육원에서 주관하는 학생 생태해설사 만들기 프로젝트 수업이 방학 동안 있었다. 타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라서 학부모님의 인솔이 필요한 과정이었다. 우리 반 친구 중에 생태해설사에 대하여 큰 관심을 보인 아이가 있었다. 평상시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이 친구는 방학 동안 숲놀이, 수목해설실습 등 과학 체험교육 프로그램에 대하여 꼭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자세한 일정과 프로그램을 안내해 주면서 아이가 꼭 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고 가정에서 스케줄이 가능하실까 염려가 되었는데 보호자의 신청서가 다음날 제출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방학 중 이 과정의 이수자에 대한 공문이 도착하였는데 우리 반 친구가 성실하게 모든 과정을 이수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3~4학년정도의 연령이 되면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하여 의사가 분명하게 형성이 되는 친구들이 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독서와 경험이 참 중요하다. 막연하게 상상만 하고 있는 것과 현장의 분위기, 공기를 알고 실제적으로 익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매체의 발전으로 영상을 통하여 배우기도 하지만, 스스로 하고 싶고 경험하고자 하는 분야가 있다면 용기를 내어 손을 들어보는 아이들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