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머리, 교복 그 시절의 추억
1990년, 여자중학교 1학년이었다. 귀밑 3cm~5cm정도의 학교규율에 맞춰 단발머리를 하고 교실이 빽빡하게 50명정도의 여학생들이 우리반이었다. 조용한 성격이었던 나는 임유영(가명)이라는 짝궁과 함께 같이 앉게 되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1년 내내 짝꿍이었던 것 같다.
여름날이었을까, 가을날이었을까, 어느 날 짝꿍이 연습장에 빼곡하게 적힌 영어문장들을 나에게 내밀었다. 당시엔 중학교부터 영어교육이 시작될 때라 영어를 읽지 못하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짝꿍아, 나 이 영어아래에 어떻게 읽는지 한글로 적어 줄 수 있어?" "응, 그래" 영어문장은 이런 내용이었다.
Many guys are always turning your round.
I'm so tired of their terrible sound.
Darling. you' re so cool to me
and I was a fool for you.
나역시 그 영어문장들을 해석할 실력은 당연히 없었을 터이고, 아래에 적어주었다. "메니 가이스 아 얼워이스 터닝 유어 라운드........"모르는 단어의 경우는 당시 중학생들이 필수로 들고 다니던 영어사전을 찾아서 [ ]안의 발음기호를 어설프게 읽어서 적었던 것 같다. 파닉스를 배운 적도 없고 무작정 단어를 외우고 문장을 외우고 그러면서 영어를 배우던 시절이었다.
유영이는 신해철님의 노래를 좋아하는 팬이었고 꽤 오랜 시간을 중얼중얼 노래를 부르고 또 불러서 외우고 했다. 수업이 지루해져 가던 어느 시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장기자랑의 시간을 주었고, 유영이는 그동안 연습했던 실력으로 교탁에 나갔다. 당시에 조용하고 우등생이 아니었던 유영이가 앞에 나간 것은 놀라운 일이었고 더구나 당시 최신유행인 노래를, 그것도 영어부분을 멋지게 외워서 부르는 유영이는 친구들의 열화같은 박수를 받았다.
선물가게의 포장지처럼
예쁘게 꾸민 미소만으로
모두 반할거라 생각해도
그건 단지 착각일 뿐이야...... 들을수록 멋진 노래였다.
짝꿍덕에 나는 잘 몰랐던 신해철님의 안녕이라는 노래를 알게 되었고 영어부분까지 외우게 된 나는 그후로 이 노래가 나올때면 유영이가 생각난다. 일학년이 끝나던 2월, 나에게 쪽지를 보내주며 짝꿍에게 고마움을 전해주었던 나의 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