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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고메리 Aug 16. 2023

8. INFP의 일기쓰기 추억에 관한
소회

기록한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야.

3년째 4학년 담임을 하고 있다. 

  독서교육과 글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들과 독서를 하고 기록을 하거나 일기쓰기를 주 1회 과제로 주고 있다.아이들이 꾸준히 글을 써보고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사실 아이들은 국어시간, 사회시간, 영어시간에 쓰기 활동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국어책과 독서활동을 다룰 때 쓰기에 관한 활동이 많이 나온다. 이를 다룰 때면 예를 들어 설명해 주곤 한다. 아이들만 쓰라고 하지 않고,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쓸까? 하고 같이 써보고 아이들에게 읽어주기도 한다.

  체험학습에 다녀온 이야기를 써보자라고 하면 잘 생각이 안나는 표정을 하다가도, 내가 간단히 쓴 내용을 보여주면 

‘아하~ 어렵지 않구나’하는 표정을 짓고는

금새 연필을 잡고 쓰기 시작하곤 한다.     




  아이들은 책을 읽고 기록함으로써 좀 더 잘 이해하고, 나의 글로 쓰는 것을 교육하고 있다. 또한 일상속에서 의미 있는 사건에 대하여 일기를 쓰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사적인 일기를 쓰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경우 독서일기, 관찰일기 등 주제일기로 변경이 가능하다.

 사실 글쓰기를 평상시 하지 않으면 한 줄을 쓰기도 힘들어한다. 글쓰기시간에 오랜 시간동안 한 줄도 쓰지 못하여 가만히 앉아 있는 경우도 있다. 글 속에는 자신의 경험, 평상시의 생각, 논리가 드러나게 되므로 꾸준히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즈음의 글쓰기라는 것은 굉장히 광범위하여, SNS에서의 소통에서부터 시작하여 전 영역에서 필수적이다. 아이들이 꿈을 이루기 위하여 글쓰기라는 발판은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유투버가 되고 싶다면 대본을 구성해야 하며, 요리사가 되고 싶다면 레시피를 작성해야 한다.     




  나의 경험에서 글쓰기를 좋아하게 된 원인이 있다면, 고등학교 때 늦은 밤에 일기를 써온 기억이다. 나는 INFP이다. 최근에 나의 성격유형을 알게 되니, 나 자신에 대하여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면이 있다.


“ 암기와 반복을 통한 학습보다 창의력, 상상력, 스토리텔링을 통한 학습을 선호한다.

어떠한 과목의 실용성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다.

주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며....스트레스를 해결할 때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나....”(나무위키)  

                                                                                          


고등학교 시절, 힘들었다. 고단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아침잠이 많은데 일찍 일어나야 했다. 학교는 버스로 40분 정도 걸렸고, 내려서 언덕길과 계단길을 10분 가량 걸어야 했다. 언덕길을 오르면 같은 재단의 고등학교, 중학교를 차례로 지나가서 유치원까지 지나가면 우리 여고가 나왔다.

아침에 8시까지 교실에 도착해야 했고 0교시 자율학습은 항상 EBS를 시청했다. 텔레비전은 작았고 글씨는 잘 보이지 않았다. 자거나 다른 공부하거나 소수의 학생은 EBS를 보았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저녁 자율학습은 10시 30분경에 끝이 났고(저녁 자율학습의 시작은, EBS가 나왔다 1시간정도), 계속 걷다가 막차를 타고 집에 들어왔다. 씻고 과제 좀 들여다보고 라디오를 듣고 나면 1시가 거의 되어서 급히 잠이 들었다. 잠이 많은 사람인데 0교시 자율학습 때문에 일찍 가야하니 0교시에는 고개를 숙이고 조는 경우가 많았다. 웃음이 나오는 것은 명칭은 “자율학습”인데, 실제는 “자율학습”이 아니었던 점이다.     


늦은 밤, 매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방학 때나 주말 가끔씩 엄마가 가져다준 예쁜 노트에 일기를 썼다. 가족들이 잠이 든 시간, 내 방에 들어와 혼자서 라디오를 들으며, 일기를 쓰는 그 시간이 나에게 휴식이었다. 정서적인 휴식!

INFP에게 적합한 스트레스 해소였다. 

  그렇게 사소한 나와의 글쓰기는 나에게 찾아왔다. 나와의 대화를 통한 휴식의 공간이었던 나의 일기...어른이 되어서 돌아보니 일기를 통해서 더 깊은 고민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다.     


  고단한 고등학생 시절, 진로에 대한 고민을 했어야 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그것을 위한 직업은 무엇이 있으며, 이를 위해서 어떤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그것을 하지 못했다. 

 고단한 학교 스케줄을 감당하기 위하여 일주일이 가득 찼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것들의 상당부분을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어디를 가는지에 대하여 알지 못한 채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갔던 것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목적지를 아는 것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누구를 탓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 모든 선택의 주인공이 나였다. 절실함이 없었다.

(먼저 나 자신...)

넓은 세상에 있는 많은 직업들에 대한 설렘, 한 가지로 선택할 수 있는 확신이 없고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편안한 마음.

(부모님...)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 평생 직장+ 안정성+결혼해도 일할 수 있는 직장

1950년대에 태어나서 부모님이 살아온 환경에서 바라본 좋은 진로를 권유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책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빨강머리앤처럼 상상력,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암기와 반복을 통한 학습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세상이 넓고 좋은 직업이 많다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관련한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진리를 알지 못했다.

세상은 단순함이 곧 정답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 신계숙님의 <일단 하는 인생>에서 이런 구절이 나온다.


" 몸은 힘들지만 마음이 즐겁다면 그 일은 계속해도 되는 일이고,

몸은 힘들지 않아도 마음이 하나도 즐겁지 않다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꿈을 찾는 첫 번째 여행의 기억은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마무리된다.

평화로웠던 우리 집 거실에 놓여있던 거실장, 피아노, 커튼의 정갈했던

모습이 무척 그리워진다.

그 시절의 엄마, 아빠, 오빠, 나, 동생 단란한 다섯 가족의 삶이 영원할 수 없음을,

부모님이 항상 그 시절처럼 젊고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실 수 없음을 알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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