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습관의 중요성.
2년 전 직장에서 근무지를 이동하였다. 일찍 출발하면 걸어서 출근할 수 있는 곳, 중간에 언덕도 있고 바쁜 아침시간에 차 없이 가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거리. 그곳이 이 지역에서 두 번째 근무지였다.
이곳에서 근무하시다가 내가 발령을 받을 무렵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신 선배님과의 통화가 기억난다.
“ 이동 전에 한 번은 걸어서 가보려고 해요”
“눈 오는 날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서 좋아요”
주변 지인들을 살펴보면 나처럼 근무지 거리가 최우선 조건은 아닌 듯했다. 근무지의 여러 환경들을 보통 먼저 고려하는 편이다. 나는 운전을 할 수 있지만, 운전을 즐기지 않았다. 여러 일에서도 그렇지만 운전에 자신감이 없다. 그런 나에게 눈 오는 날에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직장이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근무지의 거리는 나에게 최우선 조건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학교에 갔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작은 학교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눈이 덮인 길을 발자국을 내며 출근하는 내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작은 학교는 업무를 소수의 인원이 나누어서 하기 때문에 그전에 일했던 큰 학교와는 큰 차이가 날 만큼 공문이 많았다. 교실 창밖에 아름다운 시골 풍경이 펼쳐지고 학교 마당에는 연못과 아름다운 벚꽃나무가 있었지만 실내에서 컴퓨터로 보아야 할 문서가 많았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가을 어느 날. 가슴이 답답해졌다. 일이 힘들었던 것이다. 건강도 많이 안 좋아지는 느낌. 한숨을 쉬면 나쁜 공기가 내쉬어진다는 느낌.
어느 날은 퇴근길에 한적한 시골길에 차를 대고 한껏 울다가 집에 간 날도 있었던 그런 시기였다. 어린 학생들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어느 직업이던 힘든 시기가 있을 것이다. 내가 왜 이 직업을 선택했을까? 최선이었을까? 밤에는 잠도 잘 못 자고 그렇게 보내는 시기였다.
건강도 챙기고 활력을 찾아야겠다. 운동을 해야겠다. 어느새 마음을 먹고 있었다. 평생 제대로 된 운동을 해본 적도 없었기에, 지독한 몸치였기에 그나마 좋아하는 산책 – 걷기가 접근이 가장 쉬웠다.
" 금요일은 걸어서 출근하는 거야! "
그냥 단순했다. 매일 걸어서 출근이라는 것은 지키기가 어렵고, 직장인으로서 가장 부담이 없는 날은 금요일. 일주일에 단 하루라도 걷기를 하면 내 삶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주말에 근처 공원 산책을 해보고, 조금씩 다른 운동도 늘려보는 거야. 그렇게 금요일의 걷기는 소소하게 시작되었다.
겨울이 다가올 무렵 시작되었고 이듬해 봄이 되자 더욱 힘차게 걸었다.
내 삶의 소소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차를 타고 출근하면 워낙 시간도 짧고, 자연을 볼 수 없다. 계절의 변화에 둔감하다. 돌이켜보면 벚꽃을 좋아하지만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그 짧은 봄이 지난 적도 있다. 한번 벚꽃 보러 가야지~ 하다가 주말에 비도 오고... 지나가 버린 기억말이다.
출근길에 보는 나무를 보며 무심코 지나치다가 따뜻한 봄날씨와 함께 파릇파릇해지는 모습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꽃이 피면 찾아오는 그 설렘.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꽃이기에 변화가 크게 다가온다. 따로 꽃구경을 가지 않아도, 봄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걸어서 출근하기였다.
자연을 바라본다는 것은 묘한 치유의 힘이 있다. 날씨의 영향도 크다.
화창한 하늘을 출근길에 맞이한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꽃은 이른 아침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보는 사람이 있든, 없는 그 자리에서... 바람을 맞으며 있었다. 그 아름다운 발견하는 것은 나의 것.
금요일을 항상 지키기는 어려웠다. 출장이 있거나 차를 사용해야 하는 일정이 금요일에 있는 경우 혼자서 요일을 바꾸기도 했다. 날씨가 좋지 않거나 너무 추운 시기에는 건너뛰기도 했다. 또한 한번 감기에 걸리면 바깥 걷기를 지속하다 보니 찬 공기를 접해서 그런지, 기침이 잘 안 떨어지는 단점도 경험했다.
겨울철에는 모자가 필수다. 올 겨울의 매서운 추위는 정말... 핫팩과 모자를 단단히 준비하고 집을 나서야 한다. 그것도 강한 추위가 있는 날은 망설이게 된다.
폭설이 내린 날은, 고민도 할 것 없이 맘 편하게 걸어서 출근하게 된다.
가다 보면 반가운 얼굴들도 만나게 된다.
따뜻하게 입고 걷다 보면, 어느새 땀이 난다.
가장 좋았던 점은 걷기 운동을 매일 일정량을 하려면 퇴근 후에 시간을 따로 내야 한다. 피곤할 때도 있고 개인 휴식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걸어서 출근하기는 따로 시간을 내기보다는 기존 출퇴근시간에 조금 더 부지런함과 활기를 더하는 느낌이었다.
금요일 걷기로 4계절을 보는 동안, 운동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몇 가지의 유산소운동을 더 하게 되었다. 몸이 건강해지고 있다.
올해의 새로운 결심은 걷기를 좀 더 늘려서 주 3회 이상 걸어서 출근하고자 한다. 직장 거리가 가까움에 감사하고 가는 도중에 시골 풍경이 있어서 더욱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