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화. 좋은 선생님이란?

친절과 단호.. 그 사이에서..

by 몽고메리
KakaoTalk_20230503_215333079_04.jpg


“ 정말 축하해. 좋은 선생님일 것 같아”


10년전, 준비하던 임용시험에 합격했을 때 친구가 해 준 축하의 메시지이다.

마음속으로 그래,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함께 했다.

두 아이를 키우느라 경력 단절의 시간이 있었지만, 결혼전과 육아 도중에 강사와 기간제교사로 일한 경력도 몇 해가 넘은 상태였다. 이제 정식교사가 되면 좋은 선생님이 될거야 라는 희망찬 자신감으로 발령지에 집을 구했다.


첫 발령에서 만난 33명의 우리반 아이들을 만나고 만만치 않은 현실을 바라보고 자신감이 바닥으로 내려갔다. 중간 담임으로 들어가기도 했고, 아이들 숫자도 많았고,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었다.

다행인지 이듬해부터 2년간 교과 전담을 맡게 되었고 담임을 맡지 않게 되었다.

전담교사가 되어서 좀 더 넓게 각 학급들을 보니 조금씩 시야가 넓어지게 되었다.


당시 두 학년을 지도하였는데, 학년별, 학급별로 담임교사의 학급 경영 방식이 달랐고, 이에 따라 전담 시간에 아이들의 수업 분위기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어떤 학급은 질서 정연하게 교과실에 왔고, 정말 수업 태도가 좋았다. 어떤 학급은 아이들이 조금은 무질서하게 신나게 교실로 왔고 (좋게 표현하자면) 아주 활기가 가득찼다. 무엇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각 학급을 바라보면서 눈에 띄는 한 학급이 기억에 남는다.

수업태도가 매우 좋은 반이었다. 그래서 수업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었다. 초임 때 학급 경영에서의 어려움을 겪었기에 저렇게 수업 태도가 좋은 반은 비결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어느 날은 회의 시간에 그 반 담임선생님이신 김선생님과 마주 앉게 되었다.

“ 선생님, 반 아이들이 수업 태도가 정말 좋아요.

특별한 학급 규칙이 있으신가요?”

선생님의 대답은 특별한 규칙은 없다고 쑥쓰러워 하셨다.

어떤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그 비결을 배우면 나도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의 요인도 크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은 담임의 역할과 지도력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담임교사로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고. 나는 김선생님을 멘토로 여기게 되었다.


당시에 연수와 책에서 배운 <친절하면서도 단호한 선생님>이라는 말을 자주 생각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교대다닐 때 가깝게 지냈으며 학급 경영을 잘하는 한선생님께도 자주 통화를 하면서 어려움을 토로했고, 언니가 소중히 작성한 (수년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한) 주옥같은 학급 규칙 파일을 메일로 받아서 적용해 보았지만 초임 시절에는 효과를 볼 수 없었다. 당시에 부장선생님께서

선생님반만의 규칙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보세요”라는 감사한 충고를 해주셨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쉽지가 않았다.


나는 김선생님의 학경 경영 방침을 많이 존경했고 두 해동안의 전담교사시기가 끝나고 담임교사를 지망하면서 김선생님과 동학년을 신청하였다. 멘토옆에서 가깝게 배우고 싶은 마음!

다행히 동학년이 되었고 이후 2년 동안 동학년을 하면서 옆에서 선생님의 학급 경영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한 해는 온전히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고 한 해는 코로나로 인하여 온라인수업기간도 중간에 꽤 있었다.

두 해가 지나고 깨달은 것은 김선생님 자체가 학급경영의 핵심이었다. 선생님은 원칙이 확고하였고 일년을 일관되게 아이들을 지도하였다. 단정한 표정, 친절하게 설명해주면서도 말투에서 나오는 카리스마.

말을 할 때 톤이 높고, 카리스마가 부족한 나에게는 쉽게 형성하기가 어려운 일관성과 엄격함이었다.

다시금 어려워지는... 친절하지만 단호한 교사 !

선생님의 노하우를 내가 얻어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각 담임교사의 색깔이 다르기에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 나의 교육 철학과 나의 성격, 추구하는 교육 목표, 중점을 두고자 하는 어린이들의 성장 목표 !


그후로 몇 해가 지나고 해마다 아이들이 변함에 따라서 조금씩 담임교사로서의 역할에 익숙해져 갔다. 좋은 선생님이 되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해가 거듭하면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일관되게 지도하려는 노력을 한다.

여러 경험들을 거치면서 처음보다는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일년의 시간속에서 흘러가는 과정이 익숙해지고 미리 준비하는 노하우가 성장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봄이 오는 무렵에는 학년, 업무의 흐름을 설계하고, 아이들에 대한 이해를 키우기. 여름이 오기전에 수시로 평가며 상담, 학기말을 미리 준비하는 것. 가을이 되기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미리 알고, 겨울이 되기전에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미리 해두고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하는지를 습득해 가는 것이다.

또한 성장해가는 담임교사를 위해서는 한 학년을 1년만 하고 , 다른 학년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최소 2년~3년은 같은 학년을 하면서 자료를 모으고 해당 학년 학생의 특성을 잘 알고 지도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몇해 전, 아이들과 함께 가는 현장체험학습에서 나보다 한참 경력이 높으신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 생각난다.

“선생님, 아이들 체험학습가면서 챙겨야 할 것이 많은데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챙겨주시나요?”


선생님의 대답은

“하다보니, 저절로 내가 하고 있더라고”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속에 체화되어서 저절로 아이들을 챙기는 모습 – 그것은 학습에서나 생활에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을 지도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 나는 좋은 선생님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리라.

아이들의 성장, 나의 성장 두 가지가 함께 앞으로 향해가기를 바라면서 묵묵히 해나가고 싶다.


keyword
이전 09화9화. 보석 같은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