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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May 23. 2024

장보기와 오감만족

 내향형 인간인 나에게 가장 최적의 장보기는 온라인이다. 구태여 밖으로 나올 필요없이 클릭 한번으로 물건을 사고 새벽이면 배송이 되니 말이다. 아무리 유명한 대형마트도 다 필요없다. 나에게는 온라인이 최고였다. 그런 편리한 온라인 장보기를 끊고 요즘은 동네 마트를 이용하려고 노력한다.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볼 때의 가장 큰 장점은 오감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뇌는 한가지 감각을 이용할 보다 다양한 감각을 이용할 때 더욱 활성화된다고 한다. 온라인 장보기는 주로 시각만을 이용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오감을 모두 사용할 있다. 눈으로 색색의 신선한 야채를 고르고, 코로 음식 냄새를 맡고, 시식코너에서는 미각을 세일코너에서는 청각을 마트의 시원한 진열대 앞에서는 촉각을 사용한다. 시금치 하나를 들어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고, 손으로 만져보면 온라인에서 구입할 때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시금치된장국? 시금치무침? 시금치프리타타? 많은 감각과 노력을 들여 구입한 식재료에 애정을 갖고 음식을 만들 있는 것이 당연한 아닐까.  


 이렇게보면 장보기는 단순한 집안일일 수도 있지만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도 있다.


출처 : 픽사베이


 식비를 아끼는데도 동네마트가 수월하다. 온라인 장보기는 늘 배송비라는 걸림돌이 있어 필요 이상으로 물건을 사게 된다. 요즘은 멤버십제도가 잘 되어 있어 매달 구독료를 내면 배송비가 면제되지만 생각해보면 멤버십 제도가 꼭 이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구독료를 낸 사이트만 이용하게 되고 다양한 상품의 가격을 손쉽게 비교해보고 있다는 온라인 장보기의 이점이 사라진다.


 직접 눈으로 물건을 보고 고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동네 마트를 이용하면 아직 싱싱하지만 유통기한이 임박해 세일하는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있다. 주로 채소나 과일류를 세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제품 위주로 사다보면 식비를 절약할 있다. 밥상도 자연스럽게 채소 위주로 차릴 있게 된다.


 온라인으로 장을 볼 때는 생물 그대로의 야채, 과일, 정육, 생선류 보다는 냉동식품, 가공식품, 간편식품을 더 많이 구매했다. 싱싱한 야채를 사서 씻고 다듬는 번거로움 대신 간편식품을 선택하는 쪽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진열된 것은 보통 제철과일이나 야채다. 그곳을 지나쳐야만 간편식품으로 갈 수 있다. 그럼 자연스럽게 야채와 과일 코너를 둘러보게 되고 하나, 둘 신선식품을 담게 된다. 굳이 제철음식을 검색하지 않아도 입구에 쌓여 있는 물건이 보통 제철식품임을 금세 알 수 있고 제철음식으로 식탁을 차릴 수 있다.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온라인 장보기의 최대 단점은 쓰레기다. 여름철 제품의 신선도를 위해 동봉되는 아이스팩은 물로 만들어 환경에 무해하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비닐쓰레기는 나온다. 제품을 담은 상자나 종이백, 제품의 안전을 위해 들어있는 에어캡 등도 피할 수 없다. 마트에서 장을 보면 쓰레기는 훨씬 줄어든다.


출처 : 픽사베이


 조용하던 동네가 시끌벅적하다. 한산했던 차도에 차들이 줄지어 서 있고 평일인데도 주차난에 경적을 울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제법 큰 식자재마트가 들어와 개업 행사가 며칠 째 계속 되고 있다. 높은 물가에 조금이라도 저렴한 식재료를 사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창문을 열어놓고 있으니 나레이터의 행사 소식을 알리는 소리가 하루 종일 들린다. 마침 쌀도 떨어졌고, 식재료도 구입해야 한다.


 새로 오픈한 마트를 보며 이토록 설레다니. 이제 나도 아줌마가 다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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