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일과를 마치고 정갈한 점심식사를 하고 한바탕 웃긴 유튜브를 보며 쉬다보면 아이의 하교를 알리는 알림이 온다. 아직 휴대전화가 없는 아들을 위해서 등하교 알림을 해주는 어플을 사용하고 있다. 알림이 온 후 창문을 내다보면 아이가 멀리서 터덜터덜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부엌 창가에서 아이가 하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럼 나는 현관청소를 시작한다.
부끄럽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현관청소를 해야 하는 건지도 몰랐다. 마침 살고 있는 집 현관 타일이 어두운 색이라서 오염이 되도 눈에 잘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발이 있는 곳이니 더러운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 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못했다.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줍는 정도?
어느 날 아이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 방문한 적이 있다. 오래 된 작은 아파트였다. 별 기대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현관에서 좋은 향기가 났다. 잘 정돈된 신발과 향긋한 향이 나는 그 집에 들어서는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그 집에 대한 인상이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 달라진 것이다. 그때부터 현관은 그 집의 얼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느 집에 가나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현관이니까. 현관은 사람으로 치면 첫인상이다.
집에 돌아와 현관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하지만 잠시뿐 꾸준히 하기는 힘들었다. 습관이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우 습관을 만들 때 내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에서 배운 방법인데 [매일 하는 일] 바로 뒤에 [새로운 습관]을 하는 것이다. 아이가 돌아오는 시간(매일 하는 일)에 맞추어 현관 청소(새로운 습관)를 하기로 했다.
현관청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아이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추어 신발장에 걸어 둔 빗자루를 들고 현관먼지를 쓸어낸다. 현관 청소를 하다보면 아이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온다. 아주 자연스럽게 아이를 환영할 수 있다. 아이에게 성실하게 집안 일을 하는 엄마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엄마가 청소하고 있는 모습을 본 아이. 자기 신발을 멋대로 던져놓고 갈 수 있을까? '깨진 유리창 효과'라는 것이 있다. 길가에 유리창이 깨진 차를 세워두었더니 그 차 주변에서 각종 범죄가 일어난 것이다. 방치 된 차 주변에서는 범죄에 대한 죄책감이 줄어드는 것이다. 현관청소에도 이 이론을 대입해볼 수 있다. 물론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놓는 것이 범죄는 아니지만 말이다. 더러운 현관에는 죄책감없이 신발을 제멋대로 벗어놓고 들어오기 쉽다. 하지만 깔끔한 현관에는 조심스러워지는 법이다. 더구나 엄마가 눈 앞에서 청소를 하고 있으니 아들도 조심할 수 밖에.
사실 이 방법은 일본 작가가 쓴 살림 에세이에서 힌트를 얻었다. 단독주택에 사는 작가는 아이가 집에 올 시간에 맞추어 일부러 마당 청소를 한다고 한다. 어릴 때 엄마에 대한 기억, 집에 대한 기억은 오랫동안 머릿 속에 남는 법이다. 아이 머릿 속에 어릴 적 집을 생각하면 엄마가 마당을 청소하며 늘 자신을 맞아주던 따뜻한 곳으로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가 집에 오는 시간에 맞춰 청소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말이 참 좋았다. 좋은 건 따라해야 한다.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과정이 복잡해서는 안된다. 현관 신발장에 빗자루를 걸어두고 쓰레기를 담을 봉투도 미리 준비해둔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현관 청소를 해보자. 묘한 설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