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었다. 강요한 사람은. 내게 글을 쓰라고, 책을 내라고 다그친 사람도 없었다. 그럼에도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자면 엄마 때문이었다. 집안 사정으로 중학교를 중퇴한 엄마는 자신을 ‘문학 소녀’였다고 말하곤 했다. 책과 글쓰기를 좋아했다고 내 인생을 정리하면 책 한 권은 문제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엄마는 늘 내가 아빠를 닮았다고 했다.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다고. 내 생각에는 나는 엄마를 퍽 많이 닮았다. 증명할 길은 없지만 자칭 문학 소녀였다는 엄마의 딸답게 나는 어려서부터 책과 글쓰기를 좋아했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 책이나 글쓰기와는 점점 멀어졌다.
결정적인 사건은 느닷없이 찾아왔다. 지인이 보낸 카톡 링크와 함께.
“이번에 책을 출간하게 됐는데 펀딩 중이거든. 좀 도와줘.”
한 손으로는 카톡 메세지를 읽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까다로운 아이를 안고 있었다. 그 아이가 흘린 침으로 범벅이 된 목이 늘어난 면 티를 입고 씻지도 않은 채 미역국에 밥을 말던 나에게 그 링크는 상처였다.
"우와. 축하해. 펀딩 꼭 참여할게."
뻥이었다. 축하하지도 펀딩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날부터 그 사람을 미워했다. 부끄럽지만 사실이 그랬다.
얼마 후 또 다른 지인의 출간소식이 전해졌다. 블로그에 연재중이던 육아일기를 출간하게 된 A, 투자를 해서 큰 돈을 번 이야기로 책을 출간한 B, 자신의 출산 스토리를 책으로 출판한 C까지. 줄줄이 전해오는 출간소식에 나는 배가 아파 잠이 안왔다. 그들의 블로그에서 출간 스토리를 들을 때마다. 심지어는 나에게 읽어보라며 책을 건넸지만 단 한페이지도 읽지 않았다. 대충 훑어보고는 생각했다.
“쳇. 이런 책은 나도 쓰겠다.”
장강명 작가의 <책 한번 써봅시다>라는 책을 보면 작가도 나와 똑같았다고 한다. 지인이 책을 내면 관심없는 척 내용을 살펴보고, 서점 신간 코너에 가면 분노에 휩싸였다고. 그것은 질투심이었다고 독자 중에도 비슷한 시기심이 든다면 당장 책을 쓰라고. 책 한 권을 쓰기 전과 후는 독서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질 거라고.
그렇다. 나의 질투심은 당연했다. 유명 작가도 겪는 똑같은 감정이었고, 그 질투심이 나를 쓰게 하는 동기였다. 지인이 출판한 책을 서점에서,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날 때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질투심과 싸우다 본격적으로 책을 써보기로 했다.
블로그, 브런치, 공개하지 않은 한글 파일.
그렇게 틈나는대로 글을 모으고 모아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겠다 다짐한지 3년 만에 드디어 나의 첫 에세이를 출간하게 되었다. (11월 20일 정식 출간 예정)
표지 이미지 _ 정식 출간 11월 20일
아마 이 책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틀림없이 생각할거다.
"쳇, 이런 책은 나도 쓰겠다."
"환경오염이야. 이런 일기 같은 글을 누가본다고 책으로 출판하는거야."
그런 독자평도 감사하다. 아마 그 사람은 나의 형편없는 첫번째 에세이를 보며 질투심으로 용기를 얻어 자기의 이야기를 쓰게 될 테니까. 나처럼.
앞으로 '이런 책은 나도 쓰겠다' 연재에는 첫번째 에세이를 출간하기까지 겪은 시행착오를 공유할 예정이다.
그간 출판사 투고, POD출판, 자비출판, 전자책, 공모전 등을 통해 겪은 이야기와 마침내 출판 계약을 하고 책이 나오는 과정까지 솔직하게 적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