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 졸업한 지 28년이 됐다. 담임을 열일곱 번, 영어 전담을 세 번 맡았다. 그리고 대학원 공부와 자녀 육아, 병 치료로 세 번 휴직도 했다.
가르치는 일에 열정이 있었고, 아이들을 사랑했다. 작은 습관부터 특이한 성격까지 알아보고 학생을 배려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점점 힘을 더 끌어모아야 했다. 몸에 무리가 되고 마음에 부담이 되었다.
난독이 있는 둘째를 가르치려고 한글 문해 공부를 시작한지 5년이 넘었다. 교육청에서는 2년 전부터 ‘기초학력전담교사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한글 읽기와 수 감각 발달이 중요한 1, 2학년을 가르친다. 국어, 수학 교과를 담임교사와 협력하여 수업하거나 대상 학생을 별도의 교실에서 개별화 수업할 수 있다.
아이들은 이 선생님을 '아하선생님'이라 부른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될 때 나오는 감탄사 '아하!'를 이름에 붙였다. ‘기초학력전담교사’를 '아하선생님'이라 부른 건 ‘신의 한 수’였다.
올해 나는 '아하선생님'이 되었다, 그리고 2년 동안 같은 일을 한다. 1년이 아니라 2년이라는 기간이 마음에 들었다. 교실은 1학년과 같은 층, 출입구 옆에 있다. 이곳을 '아하교실'이라 부른다. 아이들은 학생이 없는 우리 교실을 아주 많이 궁금해한다. 돌봄교실에 다니는 아이들이 마중 온 엄마에게 '여기는 아하교실이야.'라고 알려준다. 그러면 '아하교실이 뭐야?'라고 되묻는 엄마에게 '아하선생님이 있는 곳이야.'라고 말하는 소리가 교실 안으로 들려온다.
'아하교실'에는 아무나 올 수 없다. 특별히 한글을 못 읽어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만 온다. 처음에는 관심 없던 아이들이 교실에 가져가는 새로운 교구에 먼저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 수업 태도가 좋은 몇 명을 초대해 데려가니 '아하교실에는 언제 갈 수 있나요?', '아하교실에 초대하는 것은 생각해봤나요?' 묻곤 한다.
아침활동에 오는 2학년 ‘깨알반’ 학생들도 복도에서부터 뛰어오는 소리가 요란하고 시간이 짧아 아쉬워하니 일단 홍보에는 성공한 셈이다.
복도에서 '아하선생님이다.'하는 아이들, 급식실에서 밥 먹다 말고 '아하선생님!' 부르는 아이들, 코앞까지 찾아와 알은척하는 아이들까지 언제 또 이런 사랑을 받아봤을까? 매일 아이들을 만나는 담임선생님을 두고 ‘아하선생님’에게 열광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매일 잔소리하는 엄마보다 가끔 보며 '이쁘다. 이쁘다'하는 할머니 같은 선생님이 된 것이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겪는 어려움은 아주 많다. 그중에도 읽기와 셈하기가 어려운 학생이 한글을 다 읽고 셈을 잘하는 친구와 같이 공부하는 것은 매일 매일 산을 오르는 것 같이 부담되는 일이다.
이 아이들을 힘껏 돕고 담임선생님들의 짐을 함께 지고 가는 것이 나의 일이다. 매일 아이들을 관찰하고 연구해서 '아하'하는 순간을 선물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나도 ‘아하선생님’이 되어간다. 참으로 감사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