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쓸 깜냥도 안되면서

서른아홉 시리즈 (9)

by Gaemi

2021년 12월에 처음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면서 지금까지 41개의 글이 발행되었다. 매주 월요일에 나의 브런치를 발행하자는, 나와의 약속을 지킴으로써 얻은 결과이다.

브런치 글 쓰면 뭐 나와?


매주 주말마다 브런치 글 소재 찾고 글 쓰고 거기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 나를 보고 남편이 수없이 물었던 질문이다. 늘 가성비를 따지고 효율성을 계산하는 남편에게는 브런치 글을 쓰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남편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대답했다.


난 글 쓰는 게 좋아서. 작가가 되고 싶어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글을 수려하게 쓰지 못한다. 배운 적도 없다. 그렇다고 글쓰기 수업을 듣고 싶은 마음도 '아직은' 없다. 물론 언젠가는 기회가 되면 배우고 싶지만, 지금의 나는 나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나의 글은 솔직히 말하면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를 믿고 나는 '날 것' 그대로의 나의 글을 발행하고 있을까? 한 가지 믿는 구석이 있어서이다.


지금은 콘텐츠의 시대.


나만이 가진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콘텐츠를 글에 담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나는 글을 쓴다. 글을 멋들어지게 쓰지는 못하지만 나는 내 인생을 멋들어지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딘가 나처럼 인생을 멋들어지게 살고 싶은 사람은 나의 글을 읽지 않을까?라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 자신감이 언제 무너질지 장담할 수는 없다.


몇 달 전, 브런치에 있는 나의 글을 보고 한 업체에서 연재 의뢰를 해왔다. 나는 내 신념이 틀리지 않았구나, 자만 아닌 자만을 했다. 감사하게도 업체와 메일로 간단한 연재 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후 계약을 맺었다. 처음으로 나의 글에도 남편이 원하던 '가성비' '효율성'이 빛을 발하던 순간이 온 것이다. 그 후 남편은 브런치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잘 써봐'라고 격려하는 태세로 전환했다.


나의 연재는 내가 지금껏 아이들과 해온 책 육아, 그리고 매주 가족이 함께 도서관을 가는 이야기로 채워가고 있다. 바로 나만의 가진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내 글이 먹힌 것이다. 물론 글을 쓸 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감사하게도 연재 횟수와 연재 기간 등은 나에게 맞춰주셔서 편안하게 쓰고 있다. 그리고 편집을 거의 안 하고 내가 쓴 글 그대로 거의 발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나는 내가 연재를 3편을 쓴 후 한번 가족 하브루타 시간에 낭독을 한 적이 있다. 처음으로 가족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쓴 나의 글을 소개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엄마가 이렇게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에 흥미로웠는지, 너무 재미있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남편이었다.


이런 글을 사람들이 좋아할까?
너무 장밋빛만 그린 것 같은데?
자기 자랑 아니야??
너무 완벽한 이야기만 적은 것 아니야?


나는 뒤통수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랬다. 남편은 아주 정확하게 내 글을 읽은 것이다. 나는 지금껏 3편의 연재 글을 쓰며 '내가 가진 콘텐츠를 가르쳐줘야지'라고 잘난 척하며 글을 썼던 것이다. 나는 그러한 것을 독자들이 알고 싶어 할 줄 알았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이다. 그러나 아니었다. 남들은 내가 이렇게 되기까지의 시행착오를 알고 자신들도 그것을 극복하고 싶었을 텐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그때부터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다. 올렸던 연재 글을 다 내리고 싶을 심정이었다. 그렇게 깨달음을 얻고 난 후 4편부터는 최대한 낮은 자세로,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중심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왜 진작에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후회막심이다.


나는 연재를 쓸 깜냥이 아직 되지 않았다.


나만의 콘텐츠만 있으면 된다고 자만한 것이다. 처음에는 나의 글을 읽고 지적질만 하던 남편이 미웠지만 한참을 생각한 후 내 잘못을 깨닫고 나니 남편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이번 연재 글을 작성하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글을 멋지게 쓰는 것보다 낮은 자세를 독자의 마음으로 써야 한다는 점. 나만의 콘텐츠가 아무리 좋아도 독자의 마음에 와닿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1번 남은 연재도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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