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aterking Oct 16. 2024

내 인생 첫 회계팀 면접

2024.10.16

2024년 10월 16일.

내 인생 첫 회계팀 면접이 있던 날이다.


약 30개의 기업에 서류를 넣었지만, 현재까지는 절반 이상이 서류 탈락인 상태이다.

"탈락"이라는 단어에 점점 무뎌졌을 때쯤 단비 같은 "서류 합격"소식을 접하게 됐다.


합격 소식을 전해준 기업은 내가 원하는 업, 일정 이상의 매출액 그리고 코스피 상장사였다. 하지만 원하던 산업이 아니라 그런지, 면접 때 말할 지원동기를 면접날 아침까지 완성하기 힘들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할까?" 싶다가도 그러면 너무 생각 없이 면접 보러 온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아, 썼다 지웠다를 무한 반복했던 거 같다.


경영지원부서인 회계팀 면접자답게 면접 이틀 전부터 회사의 미션, 비전, 이름의 뜻, 어떤 사회적 활동을 하는지 등등을 전부 암기했다. 그리고 다트에서 반기보고서를 보고 중요하게 생각되는 부분을 전부 암기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업에 알아가면 알수록 오래 다닐 자신이 사라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짜디짠 연봉 상승률, 경쟁이 치열한 기업의 주요 사업 그리고 매우 낮은 영업이익률까지. 또한, 이 회사는 근무시간이 8시간이 아니라 8시간 30분이었다. 야근에 대해서는 오픈 마인드라 상관없지만, 30분 필수 추가 근무는 좀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면접일 아침.


전 날 밤 자기 전까지 계속 면접 연습을 하느라 늦게 자서 그런지 컨디션이 썩 좋진 않았다. 그래도 인생 첫 회계팀 면접을 보는 날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아침에 쉽게 일어날 수 있었다. 


중요한 자리를 위해 마련한 다크 네이비색 정장과 말끔한 넥타이. 그리고 이 날을 위해 사전에 준비한 남성용 화장품을 개봉했다. 헤어 에센스, 아이브로우 펜슬, 남성용 cc, 약간의 색이 있는 립밤까지. 평소 후줄근한 운동복만 입다가 멋지게 꾸민 모습을 보니 부모님이 장가보내도 될 정도라면서 많이 좋아하셨다. 쑥스러운 듯, "나 아직 어려!"라고 말하며 점점 떨려오는 마음을 감추며 잡을 나섰다.



면접 장소는 가산디지털단지였다.

첫 면접인데 장소 또한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예상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하는 걸 목표로 집에서 출발하였고,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했지만 떳떳하고 당당하게 걸었다. 핸드폰을 보며 머리를 식힐 수 있었지만, 면접 때 말을 절까 봐 끊임없이 자기소개, 지원동기, 마지막 할 말을 속으로 되뇌면서 갔다.


가산디지털단지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다. 다양한 회사들이 모여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번화가 느낌이 났고 길거리의 사람들도 모두 직장인 같아 보였다. 면접장소에 도착한 난 그동안 면접 관련 문자를 주고받은 인사팀 직원과 마주할 수 있었다. 해당 직원분은 굉장히 따뜻하게 웃으며 나를 맞이해 주셨고, 개인 룸으로 된 대기실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책상 위에 놓인 과자와 물을 먹으며 기다려달라는 말을 들었지만, 과자는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커피 사탕과 레몬 사탕 각 하나씩 먹고 쓰레기는 블레이저 주머니 속에 넣었다. 혹시 모를 가점이 있을까 싶었다. 그렇게 사탕을 입에 머금은 채 계속 혼자 중얼거리며 면접 연습을 10분 정도 했을까. 아까 그 인사팀 직원이 다시 내게 와서 나를 면접장으로 안내해 주었다.



두 번의 노크 후 문을 열자마자 두 분의 면접관이 보였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당황한 나머지, 한 손에 문을 잡은 어정쩡한 상태에서 인사를 드렸다.

의자에 앉자마자 자기소개부터 시작했고 조금 절긴 했지만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지 다행히 수월하게 말할 수 있었다. 나는 면접관들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지만, 면접관들은 나를 쳐다보지 않고 노트북에 다급하게 무언가를 적기만 했다. 내가 생각했던 반응이 아니어서 이때 좀 당황했던 거 같다.


내 자기소개가 사실인지에 대한 검증과 함께 이력서 기반의 기본 질문들이 들어왔다. 그중 제일 답하기 힘들었던 게 "직무와 관련된 자신의 강점"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이 질문을 받자마자 나는 왜 이 질문을 철저히 준비하지 않았을까 하는 한탄을 했고 당시 했던 내 대답이 굉장히 불만족스러웠다. 면접관도 불만족스러웠는지 내 대답에 대해 부정적인 질문이 몇 번 들어왔다.


초반에 몇 개의 질문을 받고 든 생각은 "아 무조건 솔직하게 대답해야겠다."였다. 어정쩡하게 있어 보이게 말하면 말도 꼬일뿐더러, 부풀려 말한 게 바로 들통날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그러다 너무 솔직해졌다는 것이었다.


  "지원자님이 선호하는 바이오산업과 기업 지원할 때 보는 5,000억 이상의 매출액을 고려했을 때, 바이오산업이면서 연 매출액 5,000억이면 베스트겠네요? (우리 회사 말고)" 


여기서 진짜 큰일 났다는 것을 느꼈지만, 진퇴양난이었기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런 기업도 지원할 거 같습니다."

...


면접관은 총 두 분이었으며 한 분은 회계팀 직원이고 다른 한 분은 회계팀 팀장이었다.

회계팀 직원은 상대적으로 내게 긍정적인 반응이었지만, 회계팀 팀장은 다소 날카로운 태도를 보였다.

그렇게 30분 동안 면접관과 숨 막히는 시간을 보냈고 면접이 마무리될 타이밍에 회계팀장이 내게 질문할 게 없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공고에서 궁금한 점이 들었던 부분을 여쭤봤지만, 회계팀 팀장은 대답하는 게 귀찮다는 식으로 대충 설명했다. 어차피 설명해도 잘 모를 거라는 말투였다. 이때부터 솔직히 내가 붙더라도 저 사람 아래에서 일하면 힘들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현직자 분들께 뽑아 먹을 수 있는 건 다 뽑아먹자는 식으로 마음을 내려놨고, 질문을 3-4개 정도 연달아했다. 오늘 나의 면접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 회계팀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수 그리고 회계 관련 자격증에 대한 가산점 여부와 신입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점 등등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고 편하게 계속 물어보니, 시종일관 삐딱했던 회계팀장이 점점 내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눈 밑 다크서클이 진했던 회계팀장의 눈이 점점 내 눈과 자주 마주치는 걸 느꼈고, 나는 눈을 피하지 않고 경청하며 들었다. 


그렇게 면접이 끝났다.


첫 면접이라 그런지 심신이 굉장히 지쳤고, 그 누구와 연락하지 않은 채 바로 집으로 향했다.

면접 때 무슨 질문을 받았고, 어떤 정보를 새로 습득했는지에 대해서만 집 가면서 꼼꼼히 기록했다.

기분이 매우 꿀꿀했지만 그래도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으니깐.


집에 오고 나서도 부정적이고 우울한 생각이 내게서 떠나가질 않았다. 그래도 어떡하리 극복해야지. 컵 튀김우동 하나 비우고 낮잠 1시간 정도 잔 다음, 뜨거운 물로 샤워 싹 하니까 우울했던 감정이 대부분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기분이 많이 좋아진 현재 기한이 오늘까지인 연재 글을 작성하고 있다.


내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다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를 보완한다면 분명 나는 과거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실수를 마음에 담아두지 말자. 그래봤자 변하는 거 하나 없을 터이니. 그때의 나는 분명 그게 최선의 대답이었을 것이다. 또한, 그게 최선의 행동이었을 것이다. 도전했다는 점에만 의미를 두자.


열심히 하지 말고 그냥 하자. 아직 내게 기회가 오지 않았을 뿐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니, 언제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해 두자. 모든 취준생들 파이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