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 교육과 협동, 성취감 느끼기
80년대 태어난 나는 학교 공부를 중심으로 야자를 경험하며 취업해 사회에 나온, 그 시대의 전형이다. 나이가 들수록 즐기고 있는 취미가 변변치 않다는게 새삼 허전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의 아이에게는 다양한 예체능 교육을 시켜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전공으로 해도 멋지겠다는 기대도 있었으나 나와 남편을 닮는다면 그런 재능은 없을거란 생각으로, 큰 기대는 내려놓고 다양한 체육 활동을 노출시켜보았다. 미술과 피아노 등도 배웠지만 아이가 더 좋아했던 운동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기술해 본다.
#1. 축구
유치원 같은 반 엄마의 권유로 아이가 서울집에 오고 얼마 되지 않아 축구 클럽에 들어갔다. 동네에 놀이체육과 FC로 운영되는 곳들이 있었는데 FC는 놀이체육보다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느낌이었고 대회 노출도 많았다. 저학년 때 FC에서 팀으로 훈련하고 리그에 나가면 협동이 무엇인지 배우는데 좋은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매 주 축구장에 나가 기본적인 훈련과 다양한 대회에 참여했는데, 아가들의 경기지만 아이들의 집중력과 응원 열기만큼은 월드컵을 능가했다. 지면 지는대로 이기면 이기는대로 격려해 주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 사이의 유대감도 끈끈해지고 승부욕도 자라나는게 보여, 놀이 체육보다 축구 클럽에서 훈련하길 잘 했다 싶었다. 아이는 지금까지도 축구를 계속하며 친구들과 금요일마다 훈련을 하고 있다. 이제는 제법 패스 플레이도 하고 자기 포지션에 맞춰 전략을 짜기도 한다. 지난해 나갔단 유소년 리그에서는 (취미 리그이긴 하지만)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자신감이 뿜뿜이기도 했다. 축구는 중고등학교에서도 동아리 등으로 축구에 참여할 수 있으니 공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에게는 평생 운동이 되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는 창구가 되겠구나 싶어 시작하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2. 아이스하키
초등학교 1학년, 남편 친구의 권유로 새로운 운동인 아이스하키 체험을 하게 되었다. 빙판 위에 서니 갓 태어난 아기 사슴처럼 서 있기도 어려워 했는데, 운동복이 주는 멋짐의 덕분인지.. 아이는 선뜻 더 해 보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아이스하키는 장비도 많고 하키장도 서울 외곽에 위치했기 때문에 내심 이건 안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아이가 해 보고 싶다고 하지 솔직히 조금 난감했다. 체험을 시킨 남편은 먼 산을 보고 있고... 그 때부터 3년에 걸쳐 주말 저녁은 아이스하키를 배우기 위해 아이스링크를 오가는 생활을 했다.
하키는 축구보다 부모가 많이 관여하게 되는 운동이었다. 장비를 입는 것도 그랬고 분위기 자체가 링크장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모습을 보고 있다보니, 같은 팀 부모님들과도 교류가 많았다. 추운 아이스링크에 있다 보니 과잠을 맞추는 것처럼, 부모님들도 팀 패딩과 점퍼를 같이 맞춰입고 매주 주말과 보강이 있는 날이면 늘 보게 되니 친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친선 경기를 포함해 리그도 꽤 자주 열렸는데 아이스하키라는 운동이 배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2년 정도를 배우고 나서야 제법 하키 경기다운/하키 선수같은 아우라가 생겨났다. 엄마아빠들은 경기 때마다 열혈 관중이 되었고, 이기든 지든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아드레날린이 뿜뿜 나오던 시기였다.
우리아이도 그렇고 클럽의 다른 아이들도 하키 경기를 하면서 몸도 마인드셋도 성장하는게 보였다. 첫 패배에 대패를 하고 엉엉 울면서 다 그만한다던 아이들은 어느새, 경기 전 상대 팀 친구들의 포지션을 체크하고 “져도 최선을 다하자”며 경기 전 화이팅을 외치는 형아들로 성장했다. 지든 이기든 한 팀이라는 소속감이 커지던 시기이기도 하다.
초등 저학년 시절 동안 아이스하키를 배우며 아이는, 소속감과 빙판위에서의 희열을 경험하고 ‘처음엔 서지도 못했는데 꾸준히 노력하니 뛸 수도 있게 되었다‘는 스스로의 성장도 느꼈던 것 같다. 아이스하키 협회에 정식 등록된 선수로 뛴다는 것도 아이는 내심 뿌듯해 했다. (공식으로 운동 선수를 증빙할 수 있기에 외국 유학에 merit도 있어, 국제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꽤 많았다.) 다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차 하키에 진심인 친구들과 취미로 하는 친구들이 갈리기 시작하는데 우리 아이는 취미로 대하고 있다보니 주전 자리에서도 밀려나는 상황들이 생기고 시간도 빠듯해져 갔다. 팀 운동이다보니, 좋은 점도 있었지만 계속 하기 위해서는 다른 친구들과 발을 맞춰야하는 Peer pressure도 강한 운동이 하키였다. 빙판 위에서 많은 땀을 흘리고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었지만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쏟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던지라 아이와 상의를 해 보았고, 그렇게 아이는 서울 리그의 준우승이라는 멋진 타이틀을 마지막으로 얻어내며, 초등 아이스하키 선수에서 은퇴(?)하게 되었다. 몸으로 배운 건 몸이 기억한다고 하던데, 지난 겨울 오랜만에 스케이트를 타러 간 링크장에서 약간의 적응 시간 후에는 전처럼 타는걸 보니 다시 하고 싶을 때 재개하면 되겠다 싶었다. 또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살짝 건네는 아이를 보며, 지금은 하키 말고도 하고 있는 운동도 많고 점점 할 일도 많아지니, (엄마가 쫓아다니며 챙겨야 하는 지금 말고) 링크장에서 봤던 멋진 대학생 형아들처럼 나중에 커서 성인 클럽에서 멋지게 활약해 보자고 그 때도 응원하러 가겠노라고 약속하며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3. 수영
사실, 살면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운동 중 하나가 수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영을 시작하려던 찰나에 COVID-19이 시작되니 잠시 뒤로 미뤄뒀는데 2학년 무렵 정도부터 완화되는 분위기라 평일 저녁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우리아이는 유독 물에 대한 공포가 있어 호텔에 가도 수영장에 발을 잘 담그지도 않는 성격이었다. 순순히 배울까 싶었는데 어린이 수영장 선생님이 물장난하듯 강습을 시작하니 아이도 재미를 가지고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접영을 끝내고 자유형 프리스타일에 익숙해지는 중이다. 수영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배우고 있는데 이제는 여행을 갈 때면 수영장이 있는 숙소인지부터 체크할 정도로 물을 좋아하게 되었다. 동네 수영장에서 배우고 있으니 수영은 하기 싫다고 할 때까지 꾸준히 배우면 좋겠다. 무서워도 막상 해 보면 안 되는 건 없다는 걸, 아이가 몸소 체험한 좋은 시간들이었다.
#4. 테니스
아이스하키를 그만두고 축구와 수영만 계속 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운동을 하나 더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동네에서는 친한 친구들끼리 농구팀을 꾸리는 아이들도 많았는데, 아이스하키를 하며 팀 운동의 좋은 점과 힘들었던 점을 모두 겪었던 터라 혼자 하는 운동이 좋겠다고 권유했고, 사촌형이 테니스를 배우는 모습을 보았던 아이는 테니스를 배워보겠다는 의견을 전해온다. 팀 스포츠 대비 혼자 하는 지루함(?)이 있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다른 아이들과 시간과 기량을 맞추는 조율이 쉽지 않으므로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같이 칠 상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나도 같이 라켓을 잡았다. 모자 지간에 테니스를 배우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나름 우리 둘이 재미있게 배우고 있는 중이다. 배움에 시간이 소요되는 운동이라 처음에는 스윙이 몸에 익기까지 더디게 느껴졌으나 반년 정도 지나니 아들과 둘이서 코트를 빌려 운동을 해 볼 수 있게 되었고,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 아이와 같이 할 수 있는 취미를 만들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다.
엄청 많은 종목을 경험시킨건 아니지만 유치원 시절부터 꾸준히 나름의 열정을 갖고 운동을 시킨 덕분에 아이도 엄마인 나도 다채로운 경험들을 해볼 수 있었다. 승부의 세계를 직접 마주한다는 것. 패배 앞에서 세상 억울한 눈물을 흘려보는 것. 잘 풀리지 않는 경기에 짜증도 나지만 남 탓 하지 않고 같은 팀 친구들과 더 잘 해보자 다음을 기약하며 노력해 보는 것. 친구들과 ‘우리’라는 울타리를 느껴보는 것. 그리고 마침내 승리했을 때 세상을 다 얻은 듯 포효하며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출되는 희열과 성취의 순간을 만끽하는 순간까지..!
운동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몸과 마음에 노력과 수고로움의 값짐은 물론 노력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배움을 절절하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학년이 올라갈 수록 잠점 운동을 위한 시간은 빠듯해지고 있지만, 인생이라는 장거리 마라톤에서 예체능 교육은 아이에게 큰 자산이 될거라는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올해는 아이와 모자 복식으로 테니스 대회를 나가보는 걸 목표로 해보고 있다. 재미있게 배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