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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멀더와 스컬리 Aug 23. 2021

도서관 무료수업으로 책 만든 이야기

저는 지금 도서관을 덕질 중입니다

<나는 또 어떤 첫 경험을 하게 될까>


글쓰기가 하고 싶은 사람들 주목!


<에세이를 부탁해>

'에세이 작가와 함께 하는 9번의 비대면(zoom) 강의.

 총 10분을 모집하여 글쓰기 수업 진행 후 제본을 통해 본인이 집필한 작품집을 나눠드립니다.'

 

어느 날 갑자기, 동네 도서관에 글쓰기 수업이 생겼다. 굿 타이밍! 하늘이 나를 위해 내려주신 수업 같았다. 그때 나는 글쓰기 수업을 듣기 위해 조금씩 돈을 모으고 있었으므로.


책을 읽고 서평을 썼고 한 편의 에세이를 완성했다. 그간의 글로 몇만 원의 소소한 상금도 받았다. 그리고 상금을 모아 글쓰기 수업을 들으려는 계획을 세웠다. 때마침 도서관 글쓰기 수업이 생겼고 첫 에세이가 씨앗이 되어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 어떤 운명이 자꾸만 나를 글쓰기로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나의 운명 같았다.
  

책으로 익혔던 에세이를 처음으로 배웠고 혼자 쓰던 에세이를 처음으로 작가님께 보여드렸다. 누가 봐도 엉성한 초보의 글이었지만 작가님의 따스한 칭찬이 있었다. 거기에 힘을 얻어 9번의 수업을 무사히 마쳤고 각자 두 편의 글을 담아 책이 완성되었다.



 <에세이를 부탁해,
쓰지 않으면 몰랐을 마음>

 도서관에 내 책이 생겼다.
아니 우리의 책이 생겼다!

정식 출간은 아니지만 강북구 모든 도서관에서 대여가 가능한 책이다. 그걸로도 충분히 기뻤다. 도서관에 우리의 책이 있다니. 생각할수록 너무 멋졌다. 책이 나오고 한동안 뭔가에 홀린 듯 붕붕 떠서 지냈다. 들뜬 마음에 한동안 글도 쓸 수 없었다. 길을 가다가도 책 생각에 웃었다.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이 혼자 피식피식 웃듯,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책 소식을 알렸다. 그때마다 멋지다는 얘기를 들었고 내가 좀 더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부족한 글이 책이 되어 남는다는 것이 부담돼서 필명 뒤에 숨은 사실이 그제야 후회스러웠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서도 내 글을 궁금해 하셔서 우선 사진으로 보내드렸다. 열 컷의 사진에 그동안의 시간이 모두 담겼다. 부모님의 평이 어떨지 긴장됐다. 그리고 걸려온 전화.


"글 잘 썼네. 진작부터 글을 좀 쓸 걸 그랬네.
앞으로도 계속 써봐라."


어른이 되고 처음으로 들은 칭찬이었다.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한 말투였지만 뿌듯해하시는 느낌이 휴대폰을 타고 전해왔다.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았다. 입꼬리가 채 올라가기도 다음 말씀이 있으셨다.


"@@네, 은숙이도 글재주가 좋아서 시집을 냈더라.
등단하고 상금도 받고 그랬다던데... 니도 열심히 해봐라."

뜻밖의 타이밍에 처음으로 마주한 '엄친딸'이었다. 전화를 끊고 재빨리 온라인 서점을 뒤적거리니 책이 있었다.


<그 여자네 국숫집, 장은숙 저> 2014년 '문학세계'신인상을 수상한 후 강원도 춘천 [시문][춘천문학] 동인으로 활동해온 장은숙 시인이 등단 5년 만에 첫 시집을 출간했다. 일상에서 길어 올린 담백한 언어로...


도서관에 비치된, 모두가 함께 썼던 작품집으로 붕붕 떴던 내가 너무 작게 느껴졌다. 웃음이 났다. 비로소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꾸준히 글을 써서 나도 누군가의 엄친딸이 되고 싶어 졌다.


글을 쓰고부터 나는 매일 새로운 하루를 쌓아가고 있다. 조금은 지루했던 일상이 두근거림으로 바뀌었다. 나의 내일이 기대되고 다음으로 맞이할 처음이 기다려진다. 나는 또 어떤 첫 경험을 하게 될까.



저는 지금 도서관을 덕질 중입니다

그동안 저는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책은 주로 사서 보는 편인데요. 어쩌다가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에세이 수업을 발견했습니다.


무려 세 분의 작가님으로부터 글쓰기를 배우고 책으로 만들어주는 과정이 무료였습니다. 마침 제가 에세이 눈을 뜨고 필요로 하던 수업이라 제겐 너무 소중한 기회였죠.


수업에서 만났던 다정한 고수리 작가님께서는 저의 글 '아름다움을 보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다'를 보시고 많은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블로그도 하고 꾸준히 글을 써서 모아두면 좋을 것 같다고, 월간에세이나 샘터 같은 매거진에 투고를 해보라고 권하셨어요.


그때까지 저는 사실 그런 매거진이 있는지도 몰랐거든요. 작가님 말씀을 듣고 매거진에 글을 싣게 되었고, 브런치작가도 되어 저는 지금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의 이런 성장과정들은 '나의 시작이 되어준 당신에게' 라는 글에서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멀더와 스컬리 :  '아름다움을 보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다.'

                          '고수리 작가님께서 인스타그램에 올려 주신 피드백'



이런 멋진 경험을 하고 저는 도서관 홈페이지를 더 열심히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글쓰기 수업/독서토론/저자와의 만남/ 부모교육/그림책 강의'등
 많은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더군다나 지금은 팬데믹으로 대부분 비대면 수업이라 관내 도서관뿐만 아니라 타지역의 도서관 프로그램도 이용하실 수 있어요. 팬데믹은 슬프지만 여러 도서관 프로그램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너무 멋진 일이죠?! 하하.


글을 쓰고 계시다면
도서관을 덕질하세요.

좋은 책을 만나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나고, 좋은 작가님을 만나고,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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