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닷새 Mar 23. 2023

뭘 해서 먹고살지?

이 질문의 끝은 언제일까


오만으로 가득했던 날들


 인생은 진로를 찾아가는 여행길이다. 6학년 혹은 중학교 즈음 나는 이미 그 여행의 끝에 다다랐다고 확신했다.

"너는 커서 아나운서가 됐으면 좋겠어."

부모님의 한 마디로 방송에 관심을 가진 초등학교 시절부터 다른 분야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나운서에서 방송작가 그리고 PD로 세세한 진로가 바뀌긴 했지만 결국 모두 방송계였다.장래희망을 모르겠다는 친구들이 이해되지 않았고 편협한 사고방식에 갇혀 여유를 부렸다.


 고등학생 때, 현실적으로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친구를 부모님께 흉보기도 했다.그 친구에게는 현실이 꿈일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씀에도 '장래희망이 공무원이라니. 우리 나이에는 꿈을 가져도 모자라지 않나?'라고 생각했다.공무원도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며 오만함이 하늘을 찔렀다. 수년 뒤 그 누군가가 나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대입을 위해 여섯 군데의 지원서를 쓰게 되었는데 딱 신문방송학과 한 군데에서만 합격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방송에 대한 확신이 더욱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고학년으로 올라 갈수록 대학생이자 취업준비생으로 조금씩 현실을 마주했다. 수도권 국립대학교 학생이 메이저 방송국에 PD로 입사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또 그 유명한 방송계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방송의 꿈을 점점 포기하라고 부추겼다. 마침 인문계 학생들의 취업난 뉴스를 끊임없이 접하며 뭐라도, 하나라도 더 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3학년이 되자마자 중어중국학과를 복수전공으로 선택했다. 진로를 정한 뒤 그와 관련된 학과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분위기에 따라 결정한 복수전공이었다. 그러므로 이를 취업과 어떻게 연결 지어야 할지 끝내 답을 찾지 못했고, 결국 진로를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는 처지가 되었다.




날아올라, 저하늘 멋진 달이 될래요!


신중하게, 그러나 적극적으로


 2018년 대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도무지 모르겠다. 너무나도 폐쇄적인 태도로 스무 살까지 살아오다 그 믿음과 확신이 무너지자 낯선 곳에 휴대폰 없이 혼자 남겨진 것처럼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제는 내가 느꼈던 확신들이 오히려 한 순간의 꿈처럼 느껴지고 '그럴 때도 있었나' 싶다.


 어렸을 적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어른들이 그 진로를 찾아주고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지금 돌아보니 너무나 잘 알겠다. 매년 학교에서 적성검사를 실시한 것도, 진로 상담 전문가를 초청하여 각종 강연을 열어준 것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임했다면 더 많은 가능성과 기회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된다. 결국 지금, 돈을 벌어야 한다는 현실과 손잡아 장래희망으로 생각 해본 없는, 다른 단어로 표현할 수도 없는 일반 기업의 사무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무직이라도 근무하고 싶어 매일 밤 눈물의 기도를 올렸던 나다.)


 그렇게 1년 즈음 시간을 보내니 요즘은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궁금한 분야가 있으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든 도전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어떤 것들을 해왔는지 추후 따로 글을 작성하기로 하고...) 속으로는 '다소 늦은 감이 있으니 어서 결정하자'라고 생각하지만, 애써 아직 늦지 않았다는 마음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나보다 더 큰 어른들이 더 큰 용기를 내어 선례를 보여주시며 "너희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끝없이 보내주신 덕분이다.


 그러니 각자의 속도에 맞추어 얼마든지 신중하게 결정하고, 도전할 때에는 주저하지 않기를 나를 비롯한 모든 청춘, 아니 모든 사람에게 끊임없이 말해주고 싶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