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주: 선배 부모의 조언

by 심풀 SimFull

우리는 사실 임신 사실을 알기 전에 연말에 스페인 여행을 계획 중이었다. 임신한 것을 알게 되고 의사에게 스페인은 너무 멀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비행기표를 취소했고 그날 아내는 호르몬 때문인지 펑펑 울었다. 임신한 사실을 몰랐을 때 상하이를 다녀온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임신한 사실을 주변에 알리면서 선배 부모 부부를 만나게 되었다. 현재 3살짜리, 6개월짜리 자매가 있었다. 선배 입장에서 여러 가지 조언을 많이 해줬다. 미디어 노출은 최대한 늦게 해야 하고, 분유계의 에르메스 브랜드가 어디고 등등 아이를 쫓아다니고 밥을 먹이면서 생각나는 대로 충고를 해줬다. 크고 나서 처음으로 아이도 들어보고 이유식도 먹여봤다. 이유식은 아이가 입을 벌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입을 벌릴 때 숟가락을 넣어야 하는 것이었다.


많은 얘기들 중에서 가장 뇌리에 박혔던 것은 "여행 다닐 수 있을 때 가라"는 말이었다. 정말 아이가 태어나고 최소 3년은 해외여행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아이가 커서 1명 비행기값을 다 내기 전에 다니라는 말들도 보긴 했는데, 정말 신생아를 돌보는 모습을 보니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바로 비행기표부터 알아봤다. 또 막상 비행기표를 찾아보니까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주일 가면 샌프란시스코에, 그랜드캐년에, LA까지는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순수 운전시간만 19시간이었다. 해외여행을 가는 만큼 제일 알차게 다니고 싶긴 하지만, 임산부와 여행을 가야 하는 현실도 생각해야 됐다. 결국 아직 고민 중이다.


여행이 도파민을 터트리긴 했지만, 우리가 가장 새겨들어야 했던 말은 "남들과 비교하지 않기"였다. 우리와 비슷하게 임신한 부부가 있는데 벌써 모든 장비를 구매했고 아기방을 완성한 상태여서,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결국 우리의 가치관대로, 편한 대로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지금도 지금이지만, 앞으로 아이를 키울 때 더 많은 조언들을 들을 텐데, 아내와 잘 상의하며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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