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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Feb 17. 2021

사랑의 색깔

What is love

 나는 사랑하는 마음을 그리라 하면 늘 하트 모양을 그렸다. 물론 마음처럼 잘 그려지지 않아 몇 번을 지우고 그리며 완성시켰다. 밑그림을 다 그린 친구들은 색칠을 하기 위해 모둠마다 1개씩 지급된 색연필 세트를 열었고, 그때마다 빨간색은 대부분 아이들의 원픽이었다. 누가 가르쳐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늘 사랑하는 마음을 하트 모양으로 연결시켰고, 하트 모양은 당연히 빨간색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랑이라는 느낌을 그렇게 배웠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상징되는 사랑을 하려 했다. 둥글고 아름답게, 뜨겁고 화려하게. 하지만 다양한 인연들을 만나며, 늘 힘들었던 건 두 가지였다. 사랑이 생각처럼 둥글고 아름답지 않다는 것, 내 마음은 처음의 뜨거움을 유지할 만큼 보온력이 좋지 않다는 것. 인연은 어느 순간 어떠한 형태로 사라졌고, 사랑의 정의는 바뀌지 못했다. 달리 말하면 사랑의 정의가 확장되지 못했다는 게 더 맞겠다.


 5년의 연애를 마치고 재작년 여름쯤 결혼을 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하는 건 어떻게 5년을 한 번도 헤어지지 않고 결혼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내가 가지고 있었던 사랑의 정의로 돌아간다. 둥글고 아름다우며, 뜨겁고 화려했을까? 너무 확실한 건 그렇지 못했다는 거다. 봄이 영원하지 않듯이 뜨거운 여름이 있었고 차가운 겨울도 있었다. 지난 인연들과 다를 것 없는 사계가 지나갔지만, 이 사람은 명확한 형태로 내 옆에 존재한다.


 30대가 된 지금은 사랑하는 마음을 그리라 하면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그리는 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모나고 울퉁불퉁한 모양도, 짙은 갈색도, 혹은 백지까지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걸 안다. 사랑하는 게 도대체 뭘까 고민하며 실수하고 실망했던 모든 순간이 사랑의 어떤 색깔이었다.


Porto, Portugal(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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