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단 Aug 07. 2021

괜찮아. 우연한 일일 뿐이야.

귀인의 오류

 최근 올림픽의 열기가 뜨거웠다. 그날은 배드민턴 한일전이 있었고 응원의 맛을 살리기 위해 치킨을 시켰다. 며칠 동안 치킨이 먹고 싶었던 나는 배달이 도착하자마자 허겁지겁 치킨을 먹기 시작했고, 덕분에 눈과 귀와 입은 모두 바빴다. 나는 정령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사람이었던 걸까. 그 순간 아주아주 세게 혀를 깨물었다. 눈물이 나올 만큼 혓바닥이 아프면서도 제일 먼저 느낀 감정은 짜증이었다. 치킨에게도, 올림픽에게도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저릿한 통증이 나를 짜증 나게 했다. 


 피가 멈추면서 짜증은 가라앉았고, 이상하게 한 가지 생각이 불쑥 들었다. '내가 요즘 말을 함부로 했나?' 나의 실수투성이 입을 조금이라도 절제시키기 위해서 혀를 씹게 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마치 그동안 했던 말실수, 상처 주는 말들에 대한 처벌을 받은 것처럼 느껴져서였다. 나에게 상처 받은 이들은 쌤통이라고 말하고 있겠지. 


 나는 우연히 일어나는 일에 꽤 그럴듯한 의미를 부여해왔다. 어떤 때는 성찰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때는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나를 경계하며 더 나은 나를 소망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귀인(因)했던 대부분은 쉽게 변하지 않는 나의 성격이나 능력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원치 않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나는 나의 근간(幹)을 탓해야 했다. 물론 그 후에도 내가 원하던 '더 나은 나'는 찾을 수 없었고, '더 낮은 나'만 온갖 사건에 가득했다. 나는 부정적이라 평가하는 내 모습을 더욱 빛나게 해 준 셈이었다. 


 관성처럼 질주하는 생각을 잠깐 멈춰 세웠다. 그러고 나서 '나는 올림픽을 보면서(그게 또 한일전) 치킨을 먹느라 정신이 없었고 허겁지겁 먹느라 운이 없게 혀를 씹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명확했다. 통증이 더 심해지기 전에 남아있는 바삭바삭한 치킨을 하나라도 더 입에 넣는 것, 다 먹고 난 후에 양치질을 깨끗하게 하고 구내염 연고를 바르는 것. 있는 힘껏 현재에 집중하는 것. 

 

 나는 스스로에게 얘기한다. 괜찮아. 우연한 일일 뿐이야.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일.



Szentendre, Hungary(2014)


이전 06화 자기 위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