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ding
이해의 범주를 넘어서는 큰 아픔을 겪은 아이들은 과거 그 시점, 그 공간 어딘가에 고리가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고리에 평생 끊어지지 않을 고무줄을 걸고 현재로 넘어오는 것처럼 보인다. 다리에 힘을 주지 않으면 한 발자국이 힘들고, 똑같은 보폭으로 걷지만 도착시간은 다른 듯하다. 있는 힘껏 현재에 돌진하다가도 탄성에 의해 과거로 튕겨진다. 고리와 고무줄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절망감은 탄성을 강화한다.
하지만 탄성력에 저항하는 새로운 힘을 지닌 아이들이 있다. 탄성을 함께 견뎌주는 사람, 과거로 튕겨지지 않게 버텨주는 사람을 만난 아이들은 새로운 자기(self)를 형성한다. 고무줄이 끊어지지는 않으나 느슨해진다. 삶의 반경이 넓어지고 과거가 모든 현재를 결정하지 못하도록 한다. 고리에 작은 액자를 하나 걸기도 한다.
나는 지금까지 누구를 만났고, 어떤 누구에게 나는 누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