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2021. 9. 30.

by 그런썸

거리두기 단계 4단계가 되면서 6학년 아이들은 일주일에 2~3일 학교에 오고 있다. 줌 수업에서 그렇게 조용하던 아이들이 등교 수업에선 작은 것에도 까르르 웃음꽃이 핀다. 우리는 말 안 해도 안다.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끝이 정해진 6학년의 시간은 항상 애틋하다.


오늘은 마니또에게 편지 쓴 것을 발표하는 날이다. 마니또 몰래 선의를 베풀고 장점을 관찰해서 쓰라고 했다. 모두가 쓰고 발표하는 조건으로 내일은 자리를 바꿔 준다고 했다. 한 명씩 나와서 모닝 페이지에 쓴 장점들을 읽으면 다른 아이들은 마니또가 누구인지 알아맞힌다. 아이들은 교과서 없이 이렇게 보내는 시간을 꽤나 좋아한다. 지원자가 연이어 나오더니 차례는 돌고 돌아 결국 Y까지 왔다. 나와서 말을 할까, 할 수 있을까 걱정스레 바라보는데 뜻밖에도 밝은 표정으로 선뜻 나오겠다고 몸짓을 한다. 친구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즐거워하더니, Y도 동참하고 싶었구나.


우리는 Y가 공책을 들고 앞에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Y는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 흥분한 아이들을 진정시키면서 Y 등에 손을 대고 가만히 기다렸다. 나는 들었다. Y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강물소리를. Y의 입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Y는 그러고도 한참을

서 있었다.


마침내 Y가 자기가 쓴 글을 띄엄띄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손가락으로 읽는 곳을 짚어 주었다.

눈치 있게도 Y는 마니또의 이름을 건너뛰고

한 마디 한 마디 천천히 소리를 낸다.


내 마니또는 키가 크다.

내 마니또는 공부도 잘하고

내 마니또는 체육도 잘하고...

Y가 보기에 온통 다 잘하는 것뿐인 그 친구.

Y가 보기에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있을까.


Y야, 잘했어. 너무나 잘했어.

칭찬을 더 크게 해야 되는데 나는 그만 목이 메었다.

그저 Y의 등만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9월 30일. 6학년 올라와서 Y는 처음으로 말했다. 그것도 제 발로 앞에 나와서. 오늘 Y가 입을 연 것은 나 때문이 아님을 안다. 편안하고 즐겁게, 누구든지 말하고 싶게 분위기를 만들어 준 아이들 덕분이었다.


*글의 제목은 어렸을 때 말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조던 스콧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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