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수업에서 말하기

2021. 9. 21.

by 그런썸

“J야, 난 네가 안 보여.”

“지난 시간에 조사 안 한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H는 이름조차 없네. 무슨 일이지?”

“조장의 역할이 그런 거잖아.”


음악 전담시간이라 교실 앞 복도에 나와서 앉아 있으니 음악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들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애쓰시는 목소리다. 우리 반뿐만 아니라 옆반 선생님 수업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화면을 뚫고 곧 들어가실 기세다. 음악 선생님은 등교할 때 불지 못하는 단소를 줌 수업에서 한 명 한 명 검사하고 계신다. 등교일엔 입으로 부는 단소나 리코더 대신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되는 칼림바를 아이들과 함께 연주하신다. 코로나 시국이 음악 시간의 풍경도 바뀌게 했다.


말이 그 사람을 움직이게 하려면 어디까지 닿아야 할까.

누군가는 귓전까지,

누군가는 한쪽 귀에서 다른 귀로,

누군가는 아예 근처도 못 갔을 말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말이란,

줌 수업에서 말이란,

어떤 말이어야 할까.

아이들한테 제대로 가 닿기나 할까.

우리는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없어 답답하고 불안하다.

그런데 그것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등교일을 선호하는 이유이다.


오늘 2교시는 국어시간이다. 국어책에 나온 ‘이모의 꿈꾸는 집’을 같이 읽었다. 장장 10쪽에 달하는, 길이가 제법 긴 글인데 본문에 등장하는 사물이며 동물까지 모두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다. 너무 길어서 미리 읽어 오라고 과제를 내주었지만 아이들이 얼마나 공감하여 읽었을지, 얼마나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글감인지 확신이 없었다. 꿈은 이루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꿈을 꾸는 과정도 행복해야 한다... 작가의 메시지를 찾으며 중심 생각을 이야기하다가 컴퓨터 화면에 비치는 아이들 얼굴들을 보고 잠시 말을 멈추었다.


어쩌면 우리는 수많은 말보다 눈 맞춤이 더 필요한 건 아닐까.

해야 되는 말로 가득 채우는 것보다

말을 쉬는 이런 순간,

우리의 진심이 더 많이 전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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