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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네잎 Feb 10. 2022

책갈피에서 툭! 떨어진 시

-  『11분』에서

어느 날, 한 여인이 그 새를 보고는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그녀는 감탄으로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마구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감동으로 두 눈을 반짝이며 그 새가 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새는 자기를 따라오라고 그녀를 초대했다. 그들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함께 비행했다. 그녀는 그 새를 너무나 사랑했고 찬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인은 문득 ‘혹시 저 새가 머나먼 산으로 훌쩍 날아가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덜컥 겁이 났다. 다른 새에게는 더이상 그런 애정을 느낄 수 없을까봐 두려웠다. 그녀는 하늘을 나는 새의 능력을 질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외로웠다. 그녀는 생각했다.

‘새를 함정에 빠뜨려야겠어. 다음번에 나타나면 두 번 다시 떠날 수 엇을 거야.’

역시 여인에게 반해 있던 새가 이튿날 그녀를 만나러 왔다. 새는 함정에 걸려 새장 속에 갇히고 말았다.

여인은 매일 새를 바라보았다. 그 새는 그녀가 불태우는 열정의 대상이었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새를 보여주었고, 친구들은 “넌 정말 좋겠구나!” 하며 부러워했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새가 그녀의 것이 되어 더이상 그것을 정복할 필요가 없게 되자, 새에 대한 여인의 애정이 점점 식어갔다. 더 이상 날지 못해 자기 삶의 의미를 표현할 수 없게 된 새는 점점 쇠약해져갔다. 새는 빛을 잃고, 보기 싫게 변해 갔다. 여인은 먹이를 주고 새장을 청소할 때를 빼고는 새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가 죽고 말았다.

- 파울로 코엘료, 『11분』, 문학동네, 2004, p278~279.    

           



싱잉볼(singing bowl) 


 

             

간밤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이 거짓말은

따뜻한 이웃에게로 번집니다   

  

비가 내리고   

  

소리도 자국을 남기죠     


그 사람은 나조차 들은 적 없는 내 목소리를 찾아 잠 속까지 뒤져요

집요하게     


열려 있는

무수히 많은 문을 열다가 누군가 떨어질 줄 모르고,     


쉽게 깨지죠


그때마다 구석구석 쓸어 담지만

늘 뭔가 하나씩 잃어버려요     


나는 파열 말고 떨림만을 사랑하는데

그럴듯한 꽃무늬 접시처럼 부활하죠     


거짓말을 모르는 것처럼

지겹게 비는 계속되고  

   

비를 벗어난 빗방울처럼

저 문을 박차고 나서는 마음이 있습니다    

 

몸은 마음 없이 남겨졌습니다     


눈을 감으세요, 누군가 말해서

나는 드디어 울기 시작합니다     

- 김네잎, 《시와편견》, 2021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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