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잘 지내고 있나. 어제는 날이 정말 좋았다네. 평화롭게 풀을 뜯는 양들 위로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는데 문득 자네 생각이 나더군. 자네가 서있는 땅에도 역시 이렇게 눈부신 햇살이 쏟아졌겠지.
나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지내고 있다네. 양들은 새끼를 잘 낳고 하루가 다르게 떼가 번성하고 있고, 동생들도 나도 나날이 양을 돌보는 기술이 늘어간다네. 우리 열 형제는 아주 효율적으로 양을 돌보고 있지.
다만 한 가지 , 여전히 아버지는 라헬의 처소에서 살다시피 하신다네. 가끔씩 스쳐가는 어머니 얼굴의 쓸쓸한 표정을 볼 때마다 나도 가슴 한 구석이 철렁한다네.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려고 무척 노력하지만 아들의 사랑만으로는 부족한 모양이네. 어머니는 항상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는 아내여서 자식인 우리들까지 대우를 받지 못할까 걱정하신다네.
그러나 나는 내 아버지 야곱의 기력의 시작, 장자가 아닌가. 그것도 아버지의 첫 번째 정부인에게서 낳은. 나는 사실 어머니의 걱정이 기우라고 생각하네. 형제들도 나를 장자로 인정하고 있고 나의 통솔 하에 우리는 양 떼를 치고 있지. 아버지도 무슨 일이 있을 때면 항상 나를 먼저 부르시는 걸 보면 나를 남달리 여기시는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는 듯하네.
만약... 아버지가 사랑하는 부인 라헬이 아들을 낳게 된다면, 어쩌면 그때는 상황이 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하나님은 역시 선하시지 뭔가. 그렇게 사랑을 받는데도 아직 자식이 없다면 아마도 라헬은 불임인 것 같네. 라헬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우리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는 어쩌면 이게 더 나은 상황이지. 라헬도 더 이상 그 문제로 힘들어하지 않고 빌하를 통해 얻은 자식을 자기 자녀들로 여긴다네. 덕분에 빌 하의 자녀들은 두배로 사랑을 받을 수 있으니 나쁘지 않아. 우리는 우리 나름의 균형을 찾은 셈이지. 내가 좀 더 노력해서 장자로서 위치를 공고히 한다면 어머니의 시름도 좀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네.
그럼 또 소식 전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