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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니엘

오랜만에 소식 전하게 되었네. 우리 가족 전체는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와 있다네. 아버지 야곱의 고향으로 돌아왔지.

나도 이번 여정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네. 아버지 야곱은 사실 형인 에서의 장자의 명분을 훔치고 그에게는 외삼촌 되는 어머니의 아버지 집으로 도망 온 것이라더군. 혈혈단신 맨몸으로 도망 와 거기에서 살면서 일한 대가로 두 아내를 얻고 살며 우리를 낳은 것이라고 하네. 그리고 자네도 알다시피 외할아버지는 아버지에게 많은 노동을 시키면서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 애를 쓰셨었지. 시간이 지나며 아버지도 더는 견디기 힘드셨던 모양이네. 이제 그만 떠나야겠다고 생각하셨지.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아버지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을 떠났네. 네 명의 아내와 열한 명의 사내아이들, 그리고 그 수많은 양 떼를 몰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면 나는 아버지가 무척 설레어하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좀 이상했네. 시간이 지날수록 말할 수 없이 불안하고 초조해하셨지. 심지어 아버지는 우리를 모두 앞서게 하고 혼자 남기까지 하셨어. 아버지의 알 수 없는 이상행동에 우리까지 모두 불안해지고 있었지. 그런데 그 밤을 새우고 다음날 아침 아버지는 이전에 본 적 없는 평화로운 얼굴로 나타나셨어. 그리고 그제야 장성한 아들들 몇에게 그 불안의 원인을 알려주셨지. 지금 우리는 아버지가 장자권을 훔쳐 달아났던 형 에서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던 거야. 에서는 아버지와 다르게 기골이 장대하고 사냥에 능한 자로, 그는 에서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귀한 아들 요셉과 사랑하는 아내 라헬을 비롯 자신의 가족들을 해할까 두려웠던 거지. 그 얘기를 들은 우리 아들들은 펄쩍 뛰었어. 싸울 준비를 하든 도망을 하든 할 일이지. 이렇게 무방비로 있을 일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아버지 야곱이 이상한 말을 하더군. 어젯밤 여호와의 사자와 밤새 씨름을 했는데 그가 자기에게 복을 주었다더군.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이야.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장자권을 빼앗긴 격노한 형이 묵은 원수를 갚으러 온다는데 준비는 하지 않고 말이야.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에서가 당도했다는 소리가 들렸네. 도망가긴 글렀으니 싸울 준비라도 하자는 우리의 말을 무시하고 아버지 야곱은 의복을 단정히 준비하라 했지. 에서가 오자 아버지 야곱은 앞으로 나아가 인사하고 빌하와 실바 그리고 그녀의 자식들 그리고 그다음엔 내 어머니 레아의 우리 형제들을 인사하게 했네. 그리고 마지막에 아버지 야곱이 라헬과 요셉과 함께 에서에게 인사했다네. 누가 보면 라헬만 부인인 줄 알겠더군. 적어도 내 어머니는 라헬과 함께 아버지 옆에 서야 했지 않은가? 참으로 수치스러운 순간이었지만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기도 했네. 아버지의 형인 에서는 참으로 용맹해 보이더군. 그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압도되었다네. 어쨌든 그렇게 에서가 떠나고 우리는 천천히 이동해 지금 이곳에 도착한 것이라네.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이제 알겠나?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아 나도 이제 그만 쉬어야겠네.


P.S 그런데 말이야... 아버지 야곱도 장자인 형의 명분을 빼앗았다면 말이야. 나의 장자권을 빼앗아 자기가 사랑하는 아내 라헬의 아들에게 주는 것 또한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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