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by 브니엘

오랜만에 소식 전하네. 저 멀리 애굽에 갔다가 어제 돌아왔지. 그동안 정말 정신이 없었다네. 더 나빠질 일이 과연 우리 가족에게 있을까 싶었네만...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 있었다네. 지금도 시므온 생각을 하면 한숨부터 지어지네.

자네도 알다시피 온 세상이 가뭄으로 흉작이지 않는가. 그런데 저 애굽에는 지난 풍년 동안 쌓아놓은 곡식이 있다고 하더군. 아버지 야곱은 우리 형제들에게 가서 양식을 좀 구해오라고 하셨다네. 물론 베냐민은 빼고.

라헬을 잃고 그 자식인 요셉까지 잃은 아버지는 하나 남은 베냐민이 어찌 될까 항상 노심초사하신다네. 아버지를 위해 베냐민을 두고 우리 열 형제는 애굽으로 걸음을 재촉했지.

그 애굽이란 곳은 참으로 어머어마하더군. 그 커다란 창고에 화려한 궁궐에... 뭐 어쨌든 그곳에 이르러 총리라는 사람 앞에 나아가 양식을 구하기를 청했네.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또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사는 누구인지 꼬치꼬치 묻더군. 애굽의 총리씩이나 되는 사람이 대체 뭐 이런 걸 묻나 하면서 있는 대로 고하고 있었는데 말일세. 갑자기 그가 우리더러 첩자들이라는 게야!! 애굽 땅을 정탐하러 온! 아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우리 가족이 비록 대가족이기는 하나, 그야말로 우리 식구가 다이거늘 이 큰 나라 애굽을 정탐이 웬 말인가. 우리가 또 정탐을 하면 무엇에 쓴단 말인가. 우리는 한 사람의 아들들이라고 고하니 오히려 그러니 우리가 첩자라는 게야. 그러면서 막내 베냐민을 데려와서 우리의 진실함을 증명하라는 거야! 그리고는 우리 모두를 감옥에 가두었다네.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지 상상이 가는가? 감옥에 갇힌 사흘 동안 우리 형제들이 얼마나 참담했을지 아마 자네는 상상도 못 할 걸세.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또 대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인지 모든 것이 너무나 막막했다네.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 말고야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네.

사흘이 지나자 그 애굽의 총리라는 사람이 우리를 꺼내 주더니 말이야. 자기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더군. 그러면서 우리 형제 중 한 사람을 가두어 놓고 나머지는 가서 막내 아우를 데려와 우리들의 결백을 증명하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곡식을 팔겠다는 거야. 오 어찌 하나님을 두려워한다며 그가 요구하는 것이 어찌 아버님이 절대 놓으실 수 없는 막내 아우 베냐민이란 말인가. 하필 그가 하나님을 언급하며 이런 요구를 하다니, 이것은 하나님께서 자기 형제를 팔아버린 우리의 잘못을 벌하려 하시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네. 요셉의 일로 우리가 이 벌을 받는 것이 아니냐며 형제들을 나무랐네. 형제들도 모두 그 일 때문에 우리가 이런 일을 당하게 되었다며 괴로워했지.

그런데 그때 시므온이 자기가 잡혀 있겠다며 나서더군. 어쩌면... 아버지가 베냐민을 내놓으시지 않는다면 평생을 갇혀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나와 유다가 말리려고 하자 시므온이 그러더군. 르우벤 형은 당시 빌하의 일로 형제들 사이에 형으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었고 둘째형은 자신인데. 자기가 그때 조금만 더 정신을 차리고 말렸더라면 어쩌면 요셉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다들 그때의 일로 마음이 불편했겠지만 자신은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았다며 이렇게라도 죗값을 치르고 싶다고 하더군. 그러면서 나와 유다에게 아버지를 잘 설득해서 베냐민을 데려오고 식량을 계속 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네. 그 말에 더는 말리지 못했네... 이미 일어난 일, 돌이킬 수도 없는 과거, 그 결과를 매일 마주하며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 형제들은 모두 잘 알고 있지. 요셉을 그렇게 팔아 버리고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사실 우리 형제들은 모두 그 과거의 시간 어디쯤에서 살고 있었다네. 우린 다들 얼마만큼의 죄책감과, 또 누구라도 좀 나서서 적극적으로 말려주었었으면 하는 서로에 대한 얼마만큼의 원망을 가슴에 안고 살고 있었기에 그렇게라도 그 짐을 내려놓고픈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네.

그렇게 시므온은 그곳에 갇히고 우리 나머지 형제들은 식량을 사서 길을 떠났네. 늙은 아비와 우리의 자식들에게 먹일 식량을 가지고 가야 했고, 또... 시므온을 구하려면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 막내 아우 베냐민을 데려와야 했으니까... 이 모든 상황이 아무리 억울하고 참담해도 우리는 식량을 가지고 일단 돌아와야 했다네. 그나마 그 애굽의 총리가 우리를 빈손으로 보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해야 할까? 그렇게 몸도 마음도 무겁게 돌아오는 길에 쉬어 가려던 객주에서 아셀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네. 무슨 일인가 싶어 가보니 그 애의 짐보따리에 식량을 살 때 지불했던 돈뭉치가 그대로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아셀 너 이걸 대체 왜 훔친 거냐고 혼내니, 자기는 그런 적이 없다며 왜 돈뭉치가 여기 있는 것인지 모른다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네. 아셀은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며 소리를 지르고, 다른 형제들은 대체 그럼 돈뭉치가 왜 여기 있냐며 소리를 지르고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네. 우리끼리 이러지 말자고 유다가 나서 형제들을 일단 진정시켰으나 우리의 마음은 엉망이었네. 애굽에서는 돈뭉치 하나가 없어진 것을 알고 있을까? 혹시 이것 때문에 시므온이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버지를 설득해서 베냐민을 과연 애굽으로 데려갈 수 있을까? 아니, 베냐민을 데려가면 시므온을 구해올 수 있기는 한 걸까? 만일 베냐민을 데려가지 못한다면? 시므온은 어떻게 되는 거지? 아니, 시므온만 문제가 아니지. 지금 지고 온 식량만으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텐데 우리 가족은 그럼 굶어 죽게 되는 건가? 온갖 어지러운 생각들을 하며 아버지에게 다다랐네. 무슨 정신으로 집으로 돌아왔는지 모르겠군.

아버지에게 그간의 사정을 모두 설명하고 짐을 푸는데... 돈뭉치가 짐보따리에 그대로 들어있는 사람이 아셀뿐만이 아니었네!! 우리 모두의 짐에 분명히 지불했었던 그 돈뭉치들이 그대로 들어있었네. 이건 혹시 우릴 도둑으로 여길까 이 정도 문제가 아니었어. 저 애굽에서는 우릴 확실히 도둑놈들로 볼 것이야. 어떻게 모두의 돈뭉치가 그대로 들어있단 말인가. 이놈의 돈뭉치가 무슨 발이라도 달린 것인지 어쩌자고 이게 도로 들어와 우리를 이토록 참담하게 만든단 말인가.

우린 모두 이 당황스러운 상황에 절규했지만 가장 처절했던 것은 아버지였네. 너희가 요셉도 없어졌고 시므온도 없어졌는데 이제 베냐민까지 빼앗고자 한다며 소리를 지르셨지. 어떻게든 아버지를 설득하여 베냐민을 데리고 시므온을 구하러 가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나서 아버지를 설득했네. 나를 믿고 베냐민을 맡겨 달라고, 만일 베냐민을 다시 데려오지 못하면 나의 두 아들을 죽이시라고 말이야. 아...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얘기지. 그렇게 되면 아버지 입장에서는 손주 둘을 더 잃을 뿐인데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아버지는 안될 일이라고 소리를 지르시고는 그대로 자신의 처소로 들어가셨네. 남겨진 우리 형제들은 얼마간 망연자실하여 멍하니 서있다가 각자 조용히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네.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우린... 시므온을 구할 수 있을까...

우린... 이 가뭄을 이겨낼 식량을 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린... 요셉의 생명을 우리의 생명으로 갚게 되는 것일까...

하나님께서 분명 아버지 야곱에게 네 자손으로 번성하게 하시리라 약속하셨다고 했는데, 형제를 팔아버린 우리의 죄 때문에 하나님은 우리를 버리신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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