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7 사과
투기되어 어지러이 제멋대로 나뒹구는 쓰레기들은 제 민낯을 스스럼없이 보여 준다.
피다 버려 꺼져가는 불씨의 담배꽁초, 그 내용물을 모두 먹어버려 텅텅 비어버린 플라스틱 병은 구겨져 제 할 일을 다하지 못하고 있지만, 온전한 제 모습을 찾았다.
음식물을 감추고 끌어안고 있던 비닐 쪼가리가 갈기갈기 찢겨 서 버려져있다. 슬프다. 안쓰럽다. 다들 제 역할을 다하니 그렇게 버려져 아무 도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적대시하며, 그들을 쓰레기라고 치부하며... 잡혀갈 날들을 곱씹고 있다. 누군가 제 할 일을 다하여 자신을 가슴속 깊이 끌어안아 줄 사랑을 기다리며 찬란했던 자신의 몫을 생각한다.
사랑은 투기된 쓰레기를 줍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쓰레기를 사랑하는 것이 아닌 결국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고, 지구를 사랑하는 의지를 가진•·· 그런 행동. 사랑은 의지다. 사랑은 행동이며, 사랑은 놀라운 능력을 야기시킨다.
지옥철이라 불리던 출근 시간 혹은 대학교에 등교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서로의 사적궤도를 무시하고 피부를 맞닿고 있다. 숨이 턱 막힐듯이 죄어오는 그들의 궤도.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이름이 적힌 나무 하나를 찾는 것. 찾아 내는 초인적인 힘은 사랑에서 비롯되었다.
조금 더 가까이 가기위해 몸을 부등 켜 비집고 들어간다. 말은 걸지 못한다. 내일해야지. 내일해야지. 내일해야지.
네가 없다. 투기된 쓰레기를 주우며 미안하다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