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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를 생각하니,
걸음걸이가 이상해졌다.

S#6 비밀

by 천윤준호

"괴상해."


그 애를 떠올리면 앉은 자세가 이상해졌다고 누군가 그랬던가.


걸음걸이가 이상해졌다.

괴상해졌던가.


걸음의 폭이라던가,

걸음의 속도라던가,

왼발과 오른발이 내딛는 압력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젠장.

내 발바닥도 너처럼, 완만하게 굴곡지고

오랜 시간을 허락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너 왜 그렇게 걸어?"


몰랐어. 내가 왜 이렇게 걷는지.

그러게. 나 왜 이렇게 걷지.

난처하네.


"그러게."


실토하자면,

그때 온 신경은 너라서 그랬나 봐.


주변에 뭐가 있는지,

차는 어떤 속도로 지나가는지,

하늘에는 구름이 있는지, 없는지.

내 걸음걸이가 어떤지

기억이 안 나.


목적지를 잃었어.

네가 걷는 속도와 맞추려고

어색하게 걸었나 봐.


그런 이유로 말미암아

좋아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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