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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S#4 탄성

by 천윤준호

사랑은 탄성을 갖고 있다.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 마주하던 그 틈.

문과 바닥 사이의 틈새는 시공간이 뒤틀린 어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지하철을 탈 때에는 항상 그 어둠을 조심하라고 강조하셨다.

작은 두 발이 빠질까, 무언가 떨어질까 조심하던 그 틈새는 지금과 같이 여전하게도 어둠이 있었다.


어머니는 항상 염려하셨다.

지하철 문이 열리면, 밑을 응시했다.


그래서 항상 한 발자국을 크게 내딛거나, 뛰어 틈새를 넘었다.


틈새는 언제나 신경 써야 하는 공간이었다.

신경을 쓴다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제법 오랫동안 머물렀던 신경은 느슨 해졌다.


어느새, 지하철 틈새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되었다.

여름이 가을로 넘어가는 시점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어머니는 어머니가 처음이었다. 거기다가 쌍둥이 어머니는 더욱이.


어머니는 어른이었다.

지금의 내 또래의 어른. 어쩌면 더 어렸던.


어른은 그 미련한 틈새를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는 어머니가 되고 나서, 자신이 신경 쓰지 않으셨던 지하철 문 틈새를 신경 쓰기 시작하셨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소에 신경 쓰지 않던, 신경 쓰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가던 모든 것들에 이유가 생기는 것.

어머니가 신경 쓰셨던 이유는 문 틈새 가 자신에게 넓어서가 아닌, 나와 형이라는 존재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얼굴에는 지하철 문 틈새 사이의 어둠처럼 주름이 생겼다.


지울 수 없는 세월이라는 야속함이 타투처럼 깊어 보였다.


이 사랑을 깨닫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사랑의 탄성은 27년이 걸렸다.


그럼에도 난 아직 다시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나의 탄성에 힘이 생기기까지는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지하철 틈새를 조심하라며

연락을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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