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2 이별
"사진첩에는 행복한 사진들만 있어."
P가 내게 말했다.
기억이라는 놈들은 얄팍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조금만 웅크려도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곤 했다.
의욕 넘치던 욕망의 덩어리는
스스로 부서질 때조차 영원을 말했던가.
우리가 말했던 영원은 기필코.
이례적인 검정 골목을 걷는다.
노을을 닮은 가로등 빛은
도시에서 감춰뒀던 정처 없는 풍경을 선사했다.
칠흑은 내게 거울과도 같은 존재였고,
나의 분신을 곧 마주하게 했다.
이토록 아프게 했다.
설익은 소다처럼
휘갈긴 목구멍엔 또 다른 구멍이 뚫렸다.
만조 때의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져 내렸다.
영원할 줄 알았다.
그 착각의 약속은
영원을 모사하던 녹슨 파이프처럼
녹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다.
우리의 마지막은
이미 스며든 물때 어린
해변의 생선 비린내처럼 불변해 보였다.
사진은 기억하기 위해
순간을 조각내는 것
어쩌면 슬픔을 기억하기 위한
순간을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원을 믿는 사람은
구태여 영원을 말하지 않는다던데.
오직 영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만이
영원을 말한다면,
행복이란 동여맨 자리가
여물지 않는 슬픔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