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의 청춘 안에는 무엇이 있나요

S#1

by 천윤준호


갈라진 십자가의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식사 전의 기도가 들렸다.

아흔이 넘으신 조모님께서 읊으셨던

그 기도의 끝자락에는 아-멘 하고 끝나는 순서가 있었다.


종교가 없었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는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며

함께 아-멘 하고 소리를 냈다.


이불속에는 따뜻하고 저 밖은 너무 추워

나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나를 결박했다.

이불을 뒤집어썼다.


나를 밖으로 이끄는 건

이불속에 갇혀버린 그 사랑이었다.


산화된 심장은 결국 조금씩 녹이 슬었다.

산소가 있던 탓인가.

결국 그렇게 나를 숨 쉬게 했던 것들이

나를 갉아먹었다.


사랑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사랑은 반드시 고통을 동반하는 것이라,

사랑은 반드시 안쓰러운 것이라,


사랑은 반드시 나를 죽일 것을 알면서도

다시 내게 호흡을 욱여넣을 것을 알기에

무구한 그 아이를 다시 바라본다.


몇 번을 돌려본 영화의 대사처럼

다시 읊조리는 그 단어에는 무슨 힘이 있을까 하겠냐만,

나는 다시 내뱉었다.


피다 버린 담배꽁초처럼 그 작은 미련도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삶을 그저 덧없는 것이라 칭할 수 없었다.


그렇게 버렸던 미련을 아쉬워하며

그 거대한 눈앞의 사랑을 놓쳐 버렸다.


새벽, 창문에 반사된 십자가를 본다.

붉게 물들어 버린 그 십자가는

무엇을 그리도 밝히고 싶었는지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고 있었다.


돌아선 청춘의 민낯이 나를 본다.

그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안에는 무엇이 있어야 했을까.


비어 버린 나의 청춘에

조금 미련한 사랑을 넣는다.




keyword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