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아이와 당신에게

잊힌 시간의 조각들 — 말해지지 못한 존재와 기억을 복원하는 시간

by 순간의 기록자

[메인 이미지 대체 텍스트: 두 갈래 머리를 땋은 어린 여자아이와 성인 여성이 햇살 속에서 손을 잡고 걸으며 서로를 향해 미소 짓고 있다. 그림 AI]






잔잔한 마음으로

『기록되지 않은 아이』라는 이름으로 열 편의 글을 써왔습니다.


이 글을 쓰는 게 뭐라고 2022년도에는 왜 그렇게 힘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억에서 지우려고 했던 일들이었고, 또 그러한 마음으로 살아왔기에 두려웠나 봅니다.

그럼에도 다른 마음 한구석에서는 언젠가는 말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처음 글을 시작할 때는 막막함이 앞섰습니다.

살아남은 자로서의 부채감, 책임감 때문에 글은 마치 빚 같았고, “언젠가는 풀어내야 한다”는 강박이 등을 짓눌렀습니다.

그 무거운 감정에 휩쓸려 글을 쓰다 멈추기를 반복했습니다.

깜깜한 방 안, 커서만 깜빡이던 그 시간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렇게 어려웠던 글이 2025년, 좋은 친구의 한마디가 제게 해방을 주었습니다.


“그냥 쓰면 되는 거 아니야?”


그 말에 묶여 있던 끈이 풀리듯,

더 이상 부채감도 책임감도 짊어질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기억이 나면 쓰고, 떠오르지 않으면 그대로 두자.

그 마음으로 글을 쓰니, 이번에는 잔잔하게 흘러갔습니다.


글이 저를 휘감아 내리꽂던 예전과 달리,

담담하게 지난날을 바라보며 써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

형제복지원에서의 3년간의 시간, 부모님의 지병으로 인한 작별, 남겨진 숱한 기억들을 떠올리면 아직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그렇지만 아쉽지 않습니다.

쓰기를 멈추지 않는 한, 그 이야기들은 제 다른 글들 속에서 자연스레 녹아날 테니까요.


글을 다 쓰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거나, 허탈하다거나 그런 큰 감정의 파도가 아니라

그저 호수 같은 잔잔한 마음이 남았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평양냉면을 처음 먹고는 밍밍하다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자꾸 떠오른다고 하는 그 맛처럼요.



함께 걷는 산책

무엇보다 이 글을 가능하게 만든 건,

조용히 찾아와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온라인 공간임에도, 말없이 라이킷 버튼을 눌러주신 그 마음,

그 마음이 저에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곳이 단지 글을 쓰고 읽는 공간이 아니라,

마치 함께 두런두런 산책하는 길처럼 느껴졌습니다.

저 혼자 걷는 길 같아도, 사실은 여러분이 옆에서 함께 걸어주셨다는 걸 잊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길

아직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앞으로의 글 속에서 다시 피어날 것입니다.

조금 더 담담히, 조금 더 성숙하게.


『마음의 산책로 2』<나는 생존자다-형제복지원 편을 보고>와 또 다른 글들, 그리고 곧 이어질『페이지 너머의 풍경 2』속에서 제 이야기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언젠가는 글쓰기가 더 깊어져, 소설로도 인사드릴 수 있기를 꿈꿉니다.

그 미래를 서두르지 않고, 오늘의 나와 당신을 생각하며 글을 써가겠습니다.



기록되지 않은 아이에게

외롭고 슬펐던 시간,

잘 견뎌줘서 고마워.


너는 분명히 존재했고,

끝내 살아냈어.


이제는 외면하지 않을게

앞으로 또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 수 없지만, 함께 손잡고 소풍 가는 마음으로 살아가 보자.



독자에게

여러분의 삶에서도 좌충우돌 끝에

자신을 단단히 만든 순간이 있으셨을 겁니다.


그 기억이 지금의 여러분을 빛나게 하고 있다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록되지 않은 아이』는 여기까지입니다.

다른 글로 곧 다시 반갑게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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