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퀀텀점프 Aug 09. 2024

나도 인스타 인플루언서의 결말

누구나 아는 용두사미 그러나 얻은 것은 있다

두 달 만에 팔로워 1000명을 목표로 호언장담을 하며 시작하였던 나의 프로젝트는 용두사미로 끝을 맺었음을 알린다.


용두사미면 뱀의 꼬리는 되는 것이니 그나마 낫다. 나의 끝은 벼룩의 꼬리만도 못하다. 나의 민낯이 부끄러워 빨개지다 못해 타서 소멸해 버릴 지경이다.


부끄럽지만 공개한다. 나의 결과를. 그래야 나에게 거울과 같이 보이는 내 모습을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 실패로 좌절의 몸부림을 치는 사람이 있다면,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작은 위로가 된다면 더 좋겠다.


팔로워 68명으로 시작한 나의 프로젝트는 최대 100명을 찍었다가 95명으로 마감을 하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거창한 프로젝트와는 다르게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내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째로, 인스타는 브런치보다 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잘 다루지 못하는 나의 능력도 한몫했다. 동영상을 편집하는 것도, 캔바와 같은 앱을 이용해 포스터를 만드는 것도 익숙하지 못했다. 익숙하지 않으니 자꾸 손이 덜 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동영상보다 블로그의 글을 읽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나의 성향도 한몫을 했다.


두 번째는, 꾸준하지 못했다. 어떤 일을 하든 성공의 전제는 꾸준함이다. 누가 보든 말든 꾸준히 인스타에 업로드를 해야 하는데 그런 끈기가 없었다. 인스타 팔로워를 보더라도 팔로잉이 느는 사람들은 꾸준한 업로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꾸준히 올리다 보면 실력이 늘고, 실력이 늘면 사람이 모인다.


세 번째는 인스타에 대한 나의 인식이다. 어떤 것을 잘하려면 그것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내 머릿속에는 인스타를 보는 것이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강했다. 왠지 인스타를 연구하는다는 명목아래 여기저기 인스타를 기웃거리다 보면, 시간은 삭제되듯이 지나갔다. 그것을 확인할 때마다 시간을 낭비한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프로젝트에 상응하는 시간을 쏟지 못했다.


 인스타 공부라는 명목아래 시작하지만, 결굴은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에 메몰 되기 십상이었다. 영어 관련 포스팅을 보기 시작해서 노년의 할머니가 멋진 근육을 뽐내며 운동하는 영상으로 끝나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프로젝트는 실패했지만 얻는 점도 많다.


무엇보다 인스타라는 새로운 SNS를 익히게 되었다. 사용하고 보니 인스타에는 최신의 정보들이 넘치고 있었다.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그들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 자극 영상도 팁도 찾기가 쉬웠다. 콘텐츠가 짧으니 요약된 버전으로 접하기가 좋았다.


아직 손발이 오그라드는 초보단계이지만, 동영상 편집도 캔바를 이용해 포스트를 만드는 법도 배웠다.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예 손도 안 되었을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조금씩 새로운 관심사를 넓혀갈 기반을 마련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최근 소식을 발 빠르게 접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나는 켈리 최님을 좋아한다. 인스타에서 스키장 간 소식이 올라올 때,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 영상에 댓글을 달고, 그에 대한 답글을 받았다. 왠지 그분이 바로 내 옆에 있는 언니 같은 느낌이 들고 뭔가 연결된 느낌에 아주 기분이 좋았다.


부끄러운 프로젝트 결과이지만, 하지 않았으면 아예 모르고 살았을 여러 가지 것들을 알게 되고, 배우게 된 계기가 되었다. 순간적인 성공은 없다는, 그리고 꾸준함과 열정 없이는 이루어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소중한 교훈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아직도 팔로잉해주시는 95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느리지만 천천히 인스타도 다시 시작해 보련다. 이번에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닌 장기 프로젝트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