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도로에서 우연히 시선을 사로잡은 월정과 김녕의 영롱한 해변
지난번 셀프 명상 리트릿으로 제주도에 갔을 때(https://brunch.co.kr/@horyu/11), 짧은 일정을 마치고 다시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해안도로를 달리는 버스에 앉아 창 밖을 보는데, 문득 한 곳으로 시선이 고정되었다. 멀리서 어떤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얼핏 보였다. 바다가 영롱한 민트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물의 빛깔이 어찌나 신비한지, 버스가 이동하는 중에도 결코 눈을 뗄 수 없었다.
이런 바다가, 성산에서 공항까지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몇 번 보였던 것 같다. 제주도에 있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바다는 충분히 본 것 같았는데, 더 멋있는 해변이 또 있었네!
나중에 지도를 검색하며, 내가 버스로 지나왔던 루트에서 보였을만한 그 해변의 위치가 어디인지 살펴보았다. 알고 보니, 내가 본 그것은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해변이었다. 나중에 이걸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곧 제주도에 오리라 생각하고 계절이 흘렀다.
https://www.youtube.com/watch?v=-B8VrkonZH0
10년 넘게 제주도를 안 가보다가, 한 해에 제주도를 두 번이나 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때 그 민트색 바닷가'에 가는 게 이번 여정 중의 우선순위 중 하나였다. 김녕 - 월정 - 평대 - 세화리로 이어지는 구좌의 조용한 동네에 계속 머물며 그 마을에서 민트색 바다를 여유롭게 즐기다 가고 싶어졌다.
그동안 매일 지역을 이동하다가, 이 동네에서 처음으로 연박을 하게 되었다. 짐을 풀고, 저녁 먹고 밤 산책 겸으로 바닷가에 갔다. 어두워서 바다 색깔은 안 보이지만 '내일 환할 때 또 올 테니, 그러면 그때 그 민트색 바다를 드디어 볼 수 있는 건가' 하는 기대감이 생겨났다.
날이 밝고 다음날 다시 바닷가로 나갔다. 진짜 맑고 투명한 풍경이 딱 펼쳐져있었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며 잠깐 봤던 그때보다 더 아름다웠다. 짧게 스쳐가는 순간에 나를 사로잡았던 그 영롱한 민트색을 넓은 스케일로 딱 마주하니 엄청난 반가움과 쾌감이 몰려왔다.
수평선부터 백사장까지 이어지는, 먼바다 쪽의 네이비 + 메인 컬러인 민트 + 현무암의 블랙 + 파도 물살의 화이트 + 모래 빛깔 베이지의 색상 조화 또한 환상적이었다. 날씨의 요정까지 도와주어 푸르고 화창한 하늘까지 완벽한 작품이었다. 휴대폰의 기본 카메라로 찍은 무보정 사진인데도 저렇게 멋있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 서핑을 했던 골드코스트 해변(https://brunch.co.kr/@horyu/18)의 색감에 견줄 만큼 시원한 풍경이었다.
구름이 낀 날에도 바다색은 여전히 신비로웠다. 흐린 날에 이 정도인데, 맑은 날이면 얼마나 더 아름다우려나 하며 감탄하고 다음을 또 기대하게 되었다. 해안도로를 달리는 버스에서 가장 가깝게 보이는 해변이 바로 김녕해수욕장이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이 해변을 순간 마주친다면, 특히 날씨 좋은 날이라면, 당장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다시 제주도에 가게 되어도 이 지역은 절대 빼놓지 않을 것 같다. 기왕이면 일주일 이상 머무르면서 천천히 즐기면 더 좋겠다. 구좌의 민트색 바다 마을은 이렇게, 오랫동안 여유롭게 생활하는 설렘을 주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