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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나는 이제 아파트로 가지 않는다

어느새 프롤로그

by 정아름

*villa

1. 휴가용 주택, 별장

2. (특히 남유럽에 있는) 시골저택

3. (도시에 있는) 저택


Villa oasis

남편이 지어주었는데, 정말 잘 어울리는 우리집 이름!

우리는 도심 속 오아시스에 산다.

우리집이 아닌 것 같아.
너무 좋아서.


어느새 이사 온지 1년이 되었다. 글을 쓰는 지금의 시간이 신기하게도 딱 1년째 날이다. 아이들은 뜨거운 여름, 1일 1수영으로 바쁘다.


아이들과 남편과 아직도 가끔 이야기한다. 이사하길 잘했어. 물론 처음에 가구와 짐을 배치했던 깔끔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예전처럼 남자 아이 둘 키우는 너저분한 집으로 다시 되돌아 와 버렸지만, 그래도 이 집은 의식주 이상의 공간이다.

수영 후, 아이들은 거실에 널부러져있다. 만화책을 뒤적이다가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더니 또 먹는 타령이다. 짜장 떡볶이를 잔뜩 먹은지 한 시간이 지났는데, 저녁은 뭘 먹냐며 뒹굴거린다. 진정한 여름방학을 형제가 누린다. 특별히 이번 방학은 놀고, 또 놀기로 했다. 왠지 한번쯤은 그랬으면 했는데 방학 3주 동안 놀기만해도 빡빡하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피구, 축구, 태권도, 도서관 가기, 교회 여행 등으로 바쁘다.


곁에 소파를 두고도 둘째는 늘 형 위에 포개있는 것을 좋아한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해 보이는 너희 둘의 모습. 아이들이 행복이 내게도 전해져서 오늘은 좀 더 맛있는 저녁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든다.



백합이 드디어 피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간절히 바라지도 않았는데 피어주었다. 다른 꽃들도 잎들도 안간힘을 써 자라주었다. 고맙다,고 말을 전하는데 알 수 없는 울컥거림. 내가 매일 신경써주고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이 식물들이 알고 말없이 대답해 준것만 같아서.


집,은 삶 전체를 이루어나간다.

당신과 나의 시간들이 이곳에 차곡차곡 쌓여나간다.


이곳은 적당히 조용하고 은근한 우리만의 카페이고, 사계절을 느낄수 있는 찐 캠핑장이고, 때론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다.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과 오징어땅콩을 먹으며 은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고, 빨래를 널면서 엄마를 생각하는 기억의 장소다. 마른 식물과 꽃에 듬뿍 물을 주면서 유년의 마당을 느끼는 공간, 아이들이 수영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스코코아에 대왕얼음을 풍덩 빠뜨리는 이곳, 펑펑 눈 내리는 겨울이면 눈싸움을 하는 완벽한 바깥, 말리고 있는 홍시 위에 남겨진 새들의 입맞춤이 있는 곳, 혼자 집에 있는 날이면 노트북과 책과 커피를 챙겨 베란다로 나간다. 글 쓰기 좋은 나의 작업실에서 어깨가 뻐근해지면 두 팔 벌려 하늘을 보고 스트레칭을 할 수 있는 곳, 밤 하늘 도심 속 별과 달을 어슴프레하게라도 볼 수 있는 곳,


여기는 '집' 그리고, '집' 이상의 공간.

나는 이제 아파트로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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