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카페 크로와상, 아침 9시 23분

1유로에 커피와 크로와상을 먹을 수 있는 카페, 다만 선착순

by 정아름
이번엔 나 꼭 크로와상 먹을 거야.


남편은 또 이해 안 간다는 표정. 결혼 2년 차, 우린 생각보다 천생연분은 아니다. 먹는 것은 최소한 간소하고 저렴하게, 그의 오래된 삶의 방식이다. 밤 11시에 아끼고 아끼던 오징어 짬뽕 컵라면을 먹으며 천상의 맛을 경험하고 있을 때, 그는 나를 바라보며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말했다.

"맛있어?"

컥컥, 라면 국물이 걸렸다. 예상치도 못한 조용하고 나직한 말투. 이 시간에 그런 음식이 정말 맛있니, 라고 묻는 분명한 눈빛. 그리고 제3세계의 불쌍한 소녀 같았던 나.

그러기나 말기나 아침부터 바쁘게 준비한다. 카페에 일찍 가지 않으면 저번처럼 크로와상을 또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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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지인들과의 주중 모임은 아침 일찍 카페에서 가졌다. 캠니츠에서 있을 북한 기도모임과 잉골슈타트로 놀이터 디자이너 할아버지 댁에 가기 전에 짧고도 깊은 만남.

무엇보다 아침 9-11시 사이에 나오는 이 카페의 커피와 크로와상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아끼는 회색 코트를 꺼내고 머리도 드라이기로 모처럼 말려본다. 특히 크로와상을 먹기 위해서는 9시 땡~에 가야 하므로 부지런하지 않으면 또 실망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아침 9시 23분 도착, 크로와상은 단 세 개가 남아 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크로와상과 커피를 드디어 만난다. 몇 달만인가 보다. 독일에서의 많은 삶 중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이 카페에서의 시간에는 크로와상과 함께 '사람'이 있다.


함께 이야기하다 당신의 사연에 울기도 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클래식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그녀와는 같이 뜨개질도 하고, 어떤 날은 오빠의 어깨에 기대 한참 책을 보기도 하고. 그리고 사랑했던 나의 한 친구는 바이마르를 떠나며 이 카페에서 이렇게 말했었지.


여긴 너무 현실 같지 않잖아?
나 그래서 진짜 현실 속으로 들어가 보려고.

그녀의 말이 끝나고 독일 사람들이 오가는 풍경을 바라보는데, 동화 속 같은 독일에서 나는 진짜 지금이 현실인지 꿈인지 사뭇 헛갈렸다. 그리고 언제 깨질지 모르지만 이 당장의 평화로움은 윙윙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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