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나, 그리고 너희

3. 나에게 시시싯이란

by 하현태



『싱싱한 생각을 팝니다』가 출간되고 반년 정도 지난 2023년 10월 5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책에서 영감을 얻은 M이 포문을 열었다.


‘일회성이 아닌,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시 모임을 하고 싶어!’


2023년 7월,「싱싱한 생각을 삽니다」라는 이름의 모임이 있었다. 여섯이 모여 두 번의 모임을 가졌고, 다음 모임 시간을 정하지 못해 조용히 사라진….


M은 직전의 프로젝트와 모임에서 느낀 가려움을 해결하지 못해 계속 아쉬워했다. 아이디어는 있었는데, 추진할 여유와 사람이 없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러던 10월 5일, 꾹꾹 눌러 담았던 M의 아이디어가 폭발했다.


*“이런 거 어때? 시가 있고, 뒤에는 이제 그 시 작품에 대한 감상도 되고, 시에 대한 시도 되고. 덧붙이는 글을 쓰는 거지.”

“아이디어는 항상 많지. ㅋㅋㅋㅋ”

- 당시 M과의 카카오톡 대화


어느 출판사의 어느 책에서 영감을 얻은 M에게 영감을 얻은 A가 하나의 문장을 내놓았다.


“시에 대한 시에 의한 시를 위한 시”


그렇게 시시싯이 시작되었다.

가 아니라. 30분 정도 잡담을 이어가며 평소처럼 묻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이번의 M은 정말 진심이었다. 그렇게 시시싯의 방향성을 잡아갈 무렵, 여전한 문제 하나가 대두된다.


‘시에 열정적인 사람이 A와 M, 그리고 나뿐이고, 세 명이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또 20분 정도 지났을까, M이 모집용 포스터의 임시 안을 만들어 왔다. 이번에는 정말 할 수도 있겠구나, 하며 자러 간 6일 오전 0시 9분. 완성된 포스터가 전송되어 있었다. 새벽 댓바람부터 내가 잘못 읽은 줄 알았다. 하지만 나 역시 그런 모임을 원했기에 두말하지 않고 거들었다. 그렇게 아침부터 시작된 회의는 두 시간을 훌쩍 넘겼고, 여차저차 포스터와 홍보 글이 완성되었다. 안 되면 말지, 라는 마음으로 홍보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본격적인 홍보 전, M에게 이야기를 들은 S를 시작으로 평소 글을 잘 써서 탐내고 있던 동기 C까지. 순식간에 2명이 모였다. 드디어 성공했다는 기쁨을 느끼기도 잠시, 다음 날인 7일. 완전 새로운 인물인 K에게 연락이 왔다.


2023년 9월. 압구정 빈칸의 글 단체전에『싱싱한 생각을 팝니다』의 시를 전시했었다. K는 그날, 그 공간에 함께 있었다. 그때는 당연하게도 몰랐다. 단지 인상 깊은 작품이 하나 있었던 것만 기억난다. 하지만 9월 16일, 그렇게 영영 모르고 지냈을 K에게서 글을 잘 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관람객의 싱싱한 반응을 받은 것이 처음이었던지라 무척이나 설렜고, 또 기뻤다.


어영부영, 전시로 인사를 나눈 K와의 연은 그렇게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10월 7일, 홍보 포스터를 올리고 하루 뒤, K의 두 번째 연락이 왔다. “함께 쓰고 나눈다면 그 자체로 동력이 될 것 같다”라는, 참여 의사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창작자들의 이름을 적어둔 벽, ‘싱싱 생각 유통’의 2칸 옆에 K의 이름이 있었다.

시에 가장 열정적인 M, ‘싱생팝’부터 계속 함께인 A, 글 쓰는 미대생 S, 글 쓰는 동기 C, 글로 만난 K, 그리고 사람이 좋은 나까지. 우리 여섯은 ‘시시싯’이 되었다.


우리는, 뭐랄까. 합평을 했다 하면 6시간은 기본이었다. K의 제안 덕에 평어를 쓰게 된 것도 크게 한몫했다. 우리는 서로를 평가하지 않았다. 점수를 준다거나, 비평에 힘 빼는 허튼짓을 하지 않았다. 다만 서로의 글을 사랑했다. 표현에 감탄했고, 시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우리는 마침내, 꿈꿔왔던 우리가 되었다.


2024년 3월 23일부터 24일. 문래동으로 첫 엠티를 떠났다. 엠티! 2019년 새내기 때 이후 5년 만에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홈플러스에서 과자나 수저 등을 잔뜩 사고 체크인 전까지 어느 다방에 둘러앉았다. 모니터 밖에서 보는 게 처음인 S는 처음에는 조금 낯을 가렸지만, 곧 자신의 속도에 맞게 가까워졌다. 두어 시간 후, 숙소에서 만난 K는 바로 근처에서 핸드폰이 방전돼 경찰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파란만장한 우리의 이틀은 시작되었다.

시 창작 동인은 모이면 합평을 한다. 각자를 생각하며 가져온 책을 나눠 갖고, 장장 5시간의 합평이 끝나면 시와 관련된 미니 게임을 한다. 우리는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벽에 레고 영화를 틀어두고 잠깐 잠들었다. 우리는 늦은 새벽까지 서로에게 진심이었다. 우리는 여섯 장의 단체 사진을 품에 안은 채 다음을 기약했다.


2년이 되어가는 지금, 우리는 여전하다. 서로의 시를 사랑하고,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서로를 느낀다. 시시싯은 나에게 있어 방학 같은 존재다. 나른하게 늘어진 채로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지낼 수 있게 해준다. 그것만으로도 벅찬데, 그 모든 안온함을 함께 한다.


함께 한다. 이것만큼 가슴을 두드리는 문장이 또 있을까. 결성된 그 날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서로에게 시로써, 친구로서 함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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