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래서 시였어요
여기저기에 투고를 찾아보던 때, 우연히 출판사 ‘꿈공장플러스’의 프로젝트 공지를 발견했다. 평소처럼 “안 되면 말고,”라는 마음으로 10개의 사랑을 모아 보냈다. 출판사 ‘파도’를 제외하고는 선정된 적이 없었기에 큰 기대 없이 시간이 흘렀고, 신청한 사실마저 잊고 지낼 즈음, *메일을 받았다.
*시인님의 작품을 읽는 내내 왜 작품의 주제가 '사랑'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흔하디흔한 단어 '사랑'. 사랑의 감정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라는 걸 다시금 알게 해주신 것 같습니다. 요즘 시대에는 더욱더 필요한 감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잘 엮어본다면 독자들에게 좋은 시간을 선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 메일 中
이 문단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르겠다. 벅찬 마음으로 진행 과정과 일정을 읽어나갔고, 간단한 질문과 잠깐의 논의 끝에 참여를 결정했다.
시를 다듬고, 필요한 내용을 채우고, 계약서를 썼다. 특히 계약서를 썼던 날은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공저 작가들, 그리고 대표님과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시를 읽었다. ‘빈칸’과 ‘파도’에서 엮인 작가님도 계셔서 너무 반가웠다. 다과와 함께 시간을 보낸 후,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한 줄 문구와 홍보용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출간 이벤트를 고르고, 대망의 북토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북토크! 꿈에서나 보았던 단어가 현실이 되다니. 그날을 상상해 보느라 설명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여하튼,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편집된 표지와 내지가 나오고, 대망의 그날이 왔다.
2023년 12월 3일. 그 전날인 12월 2일. 동기 L, J, P, W를 만나 축하에 취했다. 그리고 다음 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그중에는 반가운 얼굴도 무척 많이 보였다. 고등학생 때 만나 시의 세계를 소개해 주고 이끌어준 M부터, 한동안 만나지 못해 더욱 반가웠던 K. 대학에서 만나 시를 쓰고, 시답잖은 이야기로도 크게 웃을 수 있는 A와 C까지. 하나같이 잊을 수 없는,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이들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다시 한번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북토크는 크게 다섯 개의 문답으로 진행되었다.
Q. 나 자신을 표현하는 짧은 시 문구 두 문장 내외
A. 그렇게 대뜸 느닷없이 / 우리는 이어져야 한다
- 『이름 모를 가로등은 그림자를 비춘다』, <대뜸 느닷없이> 中
Q. 이번 시집에 실린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A. 사랑에 빠짐 - 짝사랑 – 이별 (or 짝사랑 실패)
누구보다 열렬했던 혼자만의 사랑
Q. 시의 매력, 시라는 장르로 나를 표현하는 이유
A. 매력 : 곱씹을수록 진해진다.
시인의 의도를 찾는 재미
+ 표현법, 분위기 자체만의 재미
고등학교 폼생폼사 시 창작 동아리
죽은 시인의 사회 (당시 학교 수업 자료)
그 시간 자체가 위로였음
이후 내가 받은 위로만큼 남을 위로하기 위해 시를 씀
Q. 언제, 왜, 어떤 환경에서 시상을 떠올리고 어떻게 남기는지
A. 1) 단골 카페에 앉아서 풍경을 바라보며
2)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 익숙한 상황, 평범한 일상
눈앞의 풍경, 귓가를 맴도는 분위기를 그 순간에 온전히 담으려 노력
Q. 대표시 낭송, 작품 해석
A. 설레는 크리스마스 노래는 우리를 노래하지 않고 창밖에는 가을비가 쏟아진다 / 두리번거리며 빈자리를 찾는 사람은 네가 아니니까 눈을 돌리면 안 된다 / 그럼에도 점과 점 사이에는 여전히…
- 『이름 모를 가로등은 그림자를 비춘다』, <대뜸 느닷없이> 中
어제만큼 생생하다. 우리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주는 얼굴들과 속으로 자모를 골라 간신히 내뱉는 내 얼굴이. 대략 1시간의 북토크는 단체 사진과 조촐한 사인회로 끝이 났다. 사거리 바로 맞은편의 시위 때문에 뱅글뱅글 돌기만 했던 것마저, 여전히 생경하다.
시로 써 모이는 사람만큼 사랑스러운 삶 또 있을까. 우리는 각자의 세계로 기꺼이 한 발자국씩 가까워졌다. 시상과 세상이 맞닿은 점에서 우리는 선뜻 우리가 되었다. 흔하디흔한 단어에서 시작된 나의 세계는 그렇게 공통된 대륙이 되어 그때, 그 자리로부터 시작되었다.
*사람이 좋아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을 통해 좋은 사람을 만났다. 이제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글을 쓴다.
*작가의 말 中
그래서 시였다.
왜 시를 쓰냐 물으면 사람 때문에요. 라고 대답한다. 지겹게 나열했던 이름들로부터 나는 또 다른 세상을 선물 받았다. 식상한 이야기로부터 사람은 살기 시작한다.
그래서 시였다.
오롯한 사려와 걱정만으로도 사람은 사람들이 된다. 시로 써 모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우리가 된다. 목격담이자 진술로써 시는 쓰이고, 그러한 쓰임으로써, 시는 서로를 위한 세레나데로 존재한다.
그래서 시였다.
한 가지, 시를 쓰는 이유만큼은 명확하다. 사람이 좋아 쓰기 시작했고, 좋은 사람을 만났다. 이제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그래서,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