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창 친구와 인스타그램에 "1일1풍경" 이라는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IG: @1day.1view) 친구가 매일 한 장의 풍경 사진을 보내주면 나는 그 사진과 어울리는 한 문장 내외의 글을 지어서 답한다. 그 내용을 공유하는, 팔로워 35명의 아주 작은 계정이다. 중간에 잠시 쉬기도 했지만 1일1풍경, 1일1문장은 옛날 페이스북 시절부터 이어온, 그 녀석과 나의 오랜 전통이자꾸준히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솔직히 이렇게 긴 시간 동안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 녀석의 성실함 덕분이다. 이따금 내가 사진을 제보하기도 하지만, 한 번도 내가 먼저 사진을 내놓으라 재촉한 적은 없었으니. 오히려 사진을 받고도 읽씹 하다가 한참 후에 이 녀석이 리마인드를 해주어야 겨우 문장을 보내주는 일이 잦았다. 가끔은 업로드 시간인 6시를 넘기기도 하고, 오늘은 바쁘니 네가 직접 문장을 적어라 할 때도 많은 불성실한 동료인 내게 매일 좋은 사진을 보내주니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다. 변명하자면 귀찮아서 그러는 건 아니다. 나도 매일 한 문장 정도는 습작을 해서 좋고, 또 하루 몇 분이라도 감수성을 갖고 풍경을 바라볼 수 있어서 기쁘다고. 그런데 사진을 받았을 때 문장이 즉흥적으로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잠깐 생각하다가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리면 깜빡하게 되는 거다. 또 가끔은 아무리 고민해도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 감흥 없는(...) 사진을 풍경이랍시고 보내주면 나야말로 난처하다고. 흠흠. 물론 살풍경도 진풍경으로 만드는 것이 문장의 힘이지만... 미안~!
그런데 며칠 전에 보내준 사진은 정말 보자마자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문장 한 줄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무슨 소설 한 편은 써야 할 것 같은, 굉장히 사연 많아 보이는 이미지에 여러 영감이 스쳤다. 백문이 불여일견, 잠깐 읽는 걸 멈추고 아래 사진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시길.
슬픈 이를 찾습니다.
...이렇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미지를 본 적이 있었나, 이대로 영화 제목을 쓰고 포스터를 만들어도 될 것 같지, 응응.
사진의 모든 요소가 마음에 들었다. 어딘지 감도 오지 않는 낯선 배경, 문구의 폰트부터 청테이프, 글자까지 찢겨나간 자국까지. 아마 아파트 단지의 과외 전단처럼 연락처가 적힌 꼬리표가 달려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연락처 대신 다른 문구가 적혀있었을지도 모른다. 짧은 응원이라든가, 자살예방센터의 전화번호라든가. 조금 더 위험한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변태 살인마가 희생양을 찾으려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능숙한 감성 바이럴 광고거나 근처 학교의 조별과제 설문일 수도 있겠다.
다만 우리 주변에는 슬픈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탓일까, 남겨진 내 몫의 티켓 한 장이 없어서 나는 그 아래 적힌 내용을 알 수가 없다. 슬픈 이를 찾습니다, 라고 광고를 붙힌 사람을 찾을 수 없다. 그토록 슬픈 이를 찾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왜 슬픈 누군가를 찾으려고 했을까. 그 사람도 슬픈 사람이 아니었을까, 사실은 자신의 슬픔을 이해해 줄 누군가를 찾으려던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고 나니 한편으로는 사뭇 감동적이기까지 한 것이다. 누군가가 슬픔에 손을 뻗으려는 시도를, 그 막연한 노력을 슬퍼하는 사람이 무력하게 또는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아서. 어떻게 보면 저 찢어진 흔적은, 슬픈 것이 꼭 나만은 아니라는 위로 같아서. 혼자 슬퍼하는 일은 너무 슬프니까요.
슬퍼하는 이에게 복이 있기를. 그런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서 그날의 1일1문장은 아래의 시로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