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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미 Jul 31. 2023

8. intro-사막이 아름다운 건

내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

아는 사람 대다수는 당진을 떠나고 싶어 했다. 나도 그랬다. 화려한 도시에 살던 여자들은 밤마다 남편을 들들 볶는 것도 모자라 아이만 데리고 홀로 친정 근처로 이사해 주말 부부를 하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운 좋은 경우엔 남편의 발령으로 그토록 바라던 당진 대탈출에 성공해 기뻐하는 사람도 보았다. 덕분에 좋았던 인연의 끈이 끊어졌을 때, 내 마음은 도둑을 맞은 듯 헛헛했다. 그녀처럼 당진을 떠나고 싶다는 바람만 커갔다. 

     

그런 나를 당진에 머물게 해준 이유가 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이유로 당진에 눌러앉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살기 좋은 자연과 문화 환경이 있는 큰 도시로 이사할 기회를 스스로 반려한 사람들이다. 남편이 원하던 도시로 발령 났지만, 가지 않거나 남편만 보내고 주말부부를 하며 지내는 경우다. 아내의 당진 사랑 덕분에 남편들은 서울 인근과 평택, 서산, 대전, 멀리 포항에서 당진으로 오가는 분들도 많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그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나는 교회에 다닌다. 개신교도이고 장로교 그중 가장 보수적이라는 고신교단에 속한 교회인 당진 동일교회에 이름이 등록된 성도다. 나는 같은 교회의 성도들에게 집사님으로 불리고 직장을 그만둔 후 전업주부로 살면서 교회에서 20년째 자원봉사 중이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의 자기소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엄밀히 따지면 아니다.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신학자 C. S.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에 이렇게 기록했다. 


“기독교가 또 하나의 좋은 권고에 불과하다면 아무 가치가 없습니다. 좋은 충고라면 지난 4천 년간 부족함 없이 들어 왔으니까요. 거기에 하나가 더 추가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진짜 기독교 서적들을 읽어 보면, 이런 대중적 기독교와 전혀 다른 내용을 말하고 있음을 즉시 알게 됩니다. 그 책들은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그 말이 무슨 뜻이든 간에) 말합니다. 그 책들은 그를 믿는 자들 또한 하나님의 아들이 된다고 (그 말이 무슨 뜻이든지 간에) 말합니다. 또한, 그리스도가 죽음으로써 우리를 죄에서 구원했다고 (그 말이 무슨 뜻이든 간에) 말합니다.”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나는 신성과 인성을 동시에 가진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믿는다. 죄 사함과 영생을 얻었음을 믿고 고백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게 맞다. (그 말이 무슨 뜻이든지 간에)     

성경 외에는 신앙 서적을 주로 읽었고 간간이 심리학 서적과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시와 소설은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 읽은 것이 다였고,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것을 제외하고 에세이 한 권 제대로 읽지 않고 살았다. 

     

어쩌다 쓰는 사람이 되고 보니,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잘 쓰고 싶었다. 마침 시립도서관에서 ‘1인 1책 쓰기’를 한다는 광고를 보고 배움을 얻고자 강의를 들으러 갔다. 책을 쓰겠다는 목표는 없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했고,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도 확실하지 않았다. 글쓰기에 대해 배울 기회라는 생각에 깊은 곳에 가서 그물을 던지라는 예수님 말씀에 순종한 베드로처럼 겁도 없이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을 뿐이다.  

   

아무 계획도 없는 내게 배지영 작가의 책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은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책에는 ‘뜯어먹기 좋은 풀밭’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 이 순간도 지나간 것들에 신세를 지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글을 쓰면서 필연적으로 어제로, 더 먼 옛날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내 얘기를 쓰는 것으로 시작해야겠다 생각했다.  

    

용기를 냈지만, 막상 쓰자니 경력은 단절됐고, 전문가는 많았으며, 세상에 정면으로 부딪쳐 살아보지 않아 쓸 이야기가 없어 걱정되었다. 교회를 중심으로 살았던 20년을 빼고 쓸 수 있는 이야기는 없었다. 잠시 망설였다. 굳이 신앙 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숨기려고 해도 숨겨지지 않는 것이 있다. 재채기와 사랑이다. 하나 덧붙이면 신앙이다. 아무것도 숨겨지지 않았다. 지식은 경험에서 나오고 내 경험의 8할은 신앙, 교회 봉사와 연결되어 있다. 내 생각과 가치관과 말과 행동까지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기인하니까.  

    

있는 그대로 쓰자고 결심했다. 

   



“비밀을 하나 알려 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마음으로 봐야 더 잘 보인다는 거야.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사막에서는 조금 외로워 그런데 사람들 속에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어린 왕자> 중에서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당진이 아름다운 건 오아시스 같은 교회가 있기 때문이야. 거기에서 나는 예수님을 만났지.”   

  

당진에서도 남편의 곁에서도 떠나고 싶던 시절,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 (그 말이 무슨 뜻이든 간에) 이후로 쭉 당진에 머물 수 있었고 고향에 가서 좋은 순간이 아무리 길어도 당진에 돌아와야 숨 쉬어졌다. 남편과도 더 잘 지내고 있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내가 떠나지 않는 이유다. 

    

나는 내가 가장 잘 아는 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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