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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모든 걸 해결해 줄까?

언니의 9주년

그리고 9년이 흘렀다. 경기도 이천으로 언니의 베프와 향했다. 9주년의 봄을 함께 추모하기 위해.

왕복 160km의 장거리 운전이지만 함께 가서 덜 외로웠고 더 감사했다.

언니에게 이렇게 가깝고 좋은 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우리가 외할머니 묘소에 투썸플레이스에서 산 딸기케이크 한 조각을 놓은 뒤, 옆에 자리하고 있는 언니 묘소로 가서 초콜릿 무스 케이크를 세팅하자마자 흰나비 두 마리가 함께 어울려 춤추듯 우리 쪽으로 날아와

인사하듯이 스쳐 지나갔다.



"00야 괜찮아,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거야"


그 말을 들은 후 현재는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시간은 모든 걸 해결해 주었을까? 

나는 그동안 결혼을 하였고

지금은 현재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상처는 변덕스럽고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가끔씩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 결혼 생활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나의 상처를 더욱 아리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 있었던 일은 절대 없었던 일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100배 이상 행복하다.


우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아픔은 사랑으로 치유된다. 나는 남편을 통해, 그리고 남편의 가족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상처가 많이 아물었다. 남편과 남편의 가족은 나를 사랑해 주고 보호해 주고 감싸준다.

나는 언니의 우울증으로 인해 가족이 분열되는 상황을 겪으면서 화목한 가정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 남편의 가족은 내가 꿈꾸던 가족이 되어준다. 힘이 들 땐 서로 힘이 되어주고, 서로 위하고, 화합하는 그런 가족말이다. 남편 역시 나의 구멍 난 부분을 많이 메워준다. 남편도 나와 비슷한 아픔이 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을 태어난 지 100일 만에 심장병으로 잃었다. 어떻게 그런 사람과 만났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애도 과정 중에 상담도 물론 받았다.

진정한 애도가 부족했었다. 인형을 매개 삼아 진정으로 언니에게 "say goodbye" 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담을 통해 나는 많은 걸 깨달았고, 또 일부 회복이 되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되었다. 비 온 뒤 더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가지가 흔들려도 잘 꺾이지 않는 나무처럼.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지금 나에게 처해진 고난과 역경이

나만 겪는 것이라고 착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라고 전해주고 싶다.


20대의 꽤 많은 시간을 왜 나의 가족에만 이런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낭비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는 인생은 모두 비극이라고

사연이 없는 가족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내가 이 사실을 조금 일찍 알았더라면

쓸데없는 생각에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해결책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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