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망에서 절망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는 현재 새로운 생명을 7개월째 품고 있으며 1월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엄마가 되었다.
언니가 떠나고 꽤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품어왔던 생각은 새 생명을 통해 상실의 아픔이 있는 우리 가족에게 새 구성원을 만들어 주어 다시 집안에 행복의 웃음꽃이 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언니가 떠나고 내가 제일 마음이 아팠던 건 우리 부모님이었다. 첫째인 언니가 태어났을 때 분명 우리 엄마, 아빠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을 텐데.... 세상의 전부였던 존재가 가슴에 대못을 박고 참척의 고통을 남기고 떠났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나는 혈육이긴 하나 자식이 아니었고 형제자매였지만, 부모가 가슴에 묻었을 그 아픔을 생각하면 그 크기는 아마 나의 아픔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 당시 내 나이도 고작 28살. 이제 딱 10년이 되었다. 그 사이 나는 결혼을 했고 상견례를 했던 31살의 봄, 상견례가 끝난 뒤 방으로 와 난 혼자 참으로 많이 울었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나에게 너무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금방 좋은 일이 생길 줄 알았는데 우리 식구로 1명 데려오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그런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 후로도 꽤 오랫동안, 남은 내 인생에서 언니 몫까지 꼭 살겠다는 다짐을 마음속에 품고 살았다. 하지만 상담 선생님이 해주신 한 마디가 내 마음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 뭘 언니 몫까지 살아. 그냥 본인 행복하게 살면 되지"
그렇게 쓸데없는 힘만 꽉 주며 살던 내게 건네주신 말씀을 깨닫기까지는 7-8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새로운 다짐을 한다. 그저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 지금 이 순간에 발을 딛고 행복하게 사는 연습을 매일매일 할 것이다.
언니의 10주기에 맞추어 태어나는 새 생명. 겪은 일이 있기에 두려움도 앞서지만, 10년이란 세월이 흘러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그 사이에서 또 다른 행복과 축복이 생겨나고 또다시 절망은 희망으로 피어날 수 있음을 난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었다. 숨도 못 쉴 만큼 아픔의 시간이 있었지만 비 온 뒤 땅은 더 단단히 굳고 모든 것은 지나가고 그 후에 상상도 못 할 더 큰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내 생생한 삶의 증언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 지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할지라도 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그래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갈 힘을 얻기를, 용기와 위로와 위안을 드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