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ubert Symphony No.8'Unfinished'
- Claudio Abbado, Chamber Orchestra of Europe
- 1987.12. 빈 콘서트하우스, 황금홀
Episode.1
어릴 적 본 만화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몇 있습니다.
파란색 요정들이 너무나 평화로운 마을을 이루고 사는 '스머프'도 그중 하나였지요.
각각의 역할에서 열심히 일하고, 버섯집에서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살아갑니다.
그런 이들을 항상 호시탐탐 노리는 악당이 등장합니다.
가가멜이라 불리는 이 악당은 스머프들을 잡아먹겠다고 온갖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지만 번번이 실패합니다.
매 에피소드마다 이 가가멜의 다 쓰러져가는 낡은 성이 등장하면 나지막이 깔리던 배경음악이 있었습니다.
가가멜의 '테마'곡...
바로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미완성'이었지요.
Episode.2
1악장의 비장하면서도 아스라이 퍼지는 음산함이 악당이지만 허당이라 늘 웃음을 선사하던 가가멜과 그의 고양이 아즈라엘의 분위기에 꽤나 어울렸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슈베르트는 평생 9곡의 교향곡을 남겼는데 이 8번 교향곡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선보입니다. 앞선 번호의 작품들에서 고전주의 선배 작곡가들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면, 8번에서 비로소 그가 그토록 존경했던 베토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지요.
뭔가 비장하면서도 웅장한 소나타 형식의 1악장과 2악장이 곡의 전부입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3악장은 120마디 초고가 남아있을 뿐이고, 4악장은 시작조차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3악장과 4악장이 완성되지 못한 이 미완성의 교향곡이 슈베르트가 못다 한 말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짜임새가 있으며, 적어도 나의 감상에서는 '여백의 미' 보다는 'Compact"란 단어로 규정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Episode.3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80년대에 이 악단을 런던에서 설립하였습니다. 처음에 유럽 공동체 유스 오케스트라로 설립된 것이 오늘날 그 단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일가를 이루며 악단도 일류의 오케스트라로 성장했지요.
아바도와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이 음반에서 묵직함 보다는 유려함, 투명함으로 산뜻한 슈베르트를 보여줍니다. 유럽의 전도 유망했던 음악도들과 거장의 만남이 만들어낸 패기 넘치는 수연입니다.
가가멜의 음모는 언제나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슈베르트의 '미완성'은 고전으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