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belius Symphony No.5
- Herbert Blomstedt, San Francisco Symphony Orchestra
- 1989.5./1989.6. 샌프란시스코, 데이비스 심포니홀
Episode.1
90년대 액션스타이자 그 유명한 데미 무어의 전 남편 브루스 윌리스의 전성기 시절
영화 다이하드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그중 2편을 보면 극 중 브루스 윌리스가 90년대 최고의 할리우드 캐릭터 중 하나인 존 맥클레인이라는 뉴욕 경찰로 분해 악당들을 일당백으로 소탕하는데 그 배경이 눈폭풍이 몰아치는 워싱턴의 덜레스 공항입니다.
악당들을 모두 처치한 후 아내가 타고 있는 비행기를 향해 달려가는 장면에서 핀란드의 대작곡가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가 흐릅니다. 그야말로 처절한 전투를 치르고 웅장하고 씩씩하게 우리의 주인공 맥클레인 형사는 아내를 향해 미끄러운 눈밭을 헤치고 달려갑니다.
Episode.2
칠흑같이 어두운 밤 흰 눈이 펑펑 내리는 워싱턴의 공항에서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장면, 핀란디아는 썩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핀란드라는 나라는 예로부터 스웨덴과 러시아라는 강대국 이웃에 끼어 고초를 많이 겪어왔습니다. 학창 시절 음악시간에 우리는 짧게나마 음악사를 배우며 국민악파라는 용어와 그 중심에 시벨리우스라는 작곡가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국민악파는 각기 자기 나라와 민족의 개성을 드러낸 음악으로써 작곡가들이 그들 조국의 민요, 춤곡, 전설 등의 소재를 중심으로 오페라 교향시, 모음곡등의 표제음악을 만든 것입니다. 각국의 시민 계급에 의한 자유와 평등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음악이라 할 수 있지요. 오늘 소개하고 싶은 작곡가의 교향곡 5번 이야말로 강대국으로부터의 끝없는 침략에 굴하지 않는 핀란드인들의 정신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Episode.3
1악장은 온갖 아름다운 빛으로 어른거리는 북구의 밤하늘 오로라 같은 신비로운 느낌으로 시작합니다. 악장 후반부 만년설이 녹아 떨어지는 폭포 같은 그야말로 음표의 대향연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눈밭의 맑고 깨끗한 자연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한 2악장을 지나, 대미를 장식하는 3악장에서는 핀란드의 상징인 수천 개의 호수와 그 아름다운 풍경위를 떼 지어 날아가는 백조들, 그리고 그들의 최종 목적지 핀란드 라플란드의 모습이 장엄하게 펼쳐지는 듯합니다.
Episode.4
지휘자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는 미국 태생의 스웨덴 지휘자입니다. 북구의 베토벤이라 불리는 대작곡가 시벨리우스의 음악은 역시나 본토 지휘자들이 실력을 보여줍니다. 핀란드의 이웃나라 스웨덴 출신 블롬슈테트와 태평양 연안 남국의 풍경이 더 익숙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명문악단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는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어 스칸디나비아의 자연을 우리 앞에 그야말로 투명하게 보여줍니다. 마치 몇 개월을 지평선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설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환하게 비추는 태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