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쿵 쿵
.
.
어디선가 돌로 바닥을 찍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우리 집은 3층으로 된 주택이었고 옥상에는 작은 텃밭을 키우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예민한 성격으로 햇살이 내 눈을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쉽게 잠에서 깼다. 쉽게 떠진 눈은 다시 감기 어려웠고 결국 다시 자는 척만 반복하다 일어나곤 한다.
6살쯤 된 나는 어느 아침 어디선가 쿵 쿵 거리는 소리에 쉽게 눈이 떠졌다. 옆에 둘러보니 언니만 덩그러니 자고 있고 엄마와 아빠는 보이지 않았다. 엄마가 보이지 않자 불안함에 엄마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방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문에 있던 창문은 깨져있고 문 주변에는 깨진 유리 조각과 피만 보였다. 내 마음도 점점 알 수 없는 불안과 걱정으로 깨진 유리 조각에 묻은 피처럼 새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유리 조각 사이로 내 작은 발은 한 발씩 내딛어졌고 나는 그 돌 소리를 향해 숨죽여 걸어갔다. 그 길은 핏 길이었다.
쿵 쿵
내 마음에서 들리는 소리 같았다. 아니었다. 핏 길은 나를 옥상으로 데려갔다. 점점 옥상과 가까워지니 그 소리는 커졌다. 늘 열려있던 옥상 문이 그날따라 굳게 닫혀있었다. 나는 저 차가운 철문 뒤에 엄마가 있을 거라고 그냥 확신이 들었다. 나는 철문으로 다가가 조용히 엄마를 불렀다. 엄마는 돌로 바닥을 찍는 것을 멈추었고 나에게 다가와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이중으로 굳게 닫힌 문을 나는 젖 먹던 힘을 내어 조금씩 잠긴 문을 열었다. 다치지 않은 엄마 모습을 보고 안도감이 들었다. 다행이었다. 어린 나는 엄마가 어떻게 잠긴 문 뒤에 있었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서 물어 보았다.
엄마가 대답했다.
"엄마랑 아빠가 숨바꼭질했는데 아빠가 엄마 여기 있는 줄 모르고 문을 잠가버렸지 뭐야. 진이가 엄마 찾아줘서 고마워"
엄마의 손을 잡고 내려가는데 엄마는 옷도 얇게 입고 있었고 몸은 철문처럼 차갑게 얼어있었다. 내려가는데 유리 파편은 끝없이 흩어져있었고 나는 유리조각과 피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건 아빠가 유리를 깨트렸는데 밟아서 아빠 발에 상처가 났다고 대답했다. 아빠가 조각낸 유리의 파편은 내 작은 발에도 수없이 박혔다. 우리는 그 재미없는 숨바꼭질을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몇 번을 더 하고서야 끝이 났고 엄마는 늘 같은 곳에 숨었다. 찾는 건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