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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포포 Oct 24. 2021

새로운 가족의 등장

생활동반자법, 자발적 비혼모, 여자2인가구, 동성결혼가정

<여(당), ‘비혼 임신’ 합법화 법률 검토 착수… ‘사유리법’만드나> <’비혼 출산’ 사유리에 정부가 답했다…. “모든 형태의 가족 지원”>


나와 젠의 이야기가 9시 뉴스 메인에 등장할 때도 어안이 벙벙했는데, 신문 사회면에 잇달아 내 이름이 오르내리는걸 보면서 마음이 심란했다.(중략) 그렇지만 분명 반가운 변화였다. 비혼 여성의 체외수정시술을 사실상 막고 있는 산부인과학회의 지침이 수정되도록 국회가 보건복지부에 조정을 요청한단다. ‘혼인, 혈연, 입양’으로만 규정된 법률상 가족 개념을 확대하고 해당 법안을 전면적으로 손보겠다는 계획도 나왔다. 한국에서 가족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보수적인 주제이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첫걸음을 떼었다. 


p220, 221, 「아내 대신 엄마가 되었습니다」, 사유리, 놀 2021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일본 도쿄도 출신 작가이자 방송인인 사유리의 이야기다. 자발적 비혼모가 된 사유리는 우리 사회의 고여있던 가족이라는 웅덩이에 파장을 일으켰다. 


대한민국에서는 비혼의 여성이 정자 기증과 시험관 시술을 받을 수 없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위해서 사유리는 고국으로 향하고,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았다. 9시 뉴스를 장식할만큼 놀라운 소식이었고, 세상은 뒤이어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해체, 자발적 비혼모와 같은 새로운 수식어로 사유리를 일컬었다. 그러나 그녀는 무언가 세상을 바꾸고자한 대의가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방식임을 최근 출간한 에세이를 통해서 밝혔다. 비혼 여성의 출산과 그로 인해 나타난 새로운 가족 형태를 지칭하는 차별이 담기지 않은 용어도 없을 뿐더러 사회적 법적 제도적 인식마저 아직은 부족한 현실이다. 


한 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한 선택과 인식이, 법률과 관습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지점에 먼저 도착했고 이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어디 이뿐일까. 


싱글 생활의 가뿐함과 동거의 유리함이 함께한다. 물론 우리는 여러 가지가 잘 맞는 운 좋은 케이스다. 혼자 살기 아니면 결혼 밖에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했다면 우리의 즐거운 동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얼마나 아까운가!


우리나라 1인가구 비율이 27%를 넘는다고 한다. 1인가구는 원자와 같다. 물론 혼자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다. 그러다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면 다른 원자와 결합해 분자가 될 수도 있다. 원자가 둘 결합한 분자도 있을 테고 셋, 넷 또는 열둘이 결합한 분자도 생길 수 있다. 단단한 결합도 느슨한 결합도 있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의 단단한 결합만이 가족의 기본이던 시대는 가고 있다. 앞으로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분자 가족’이 태어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가족의 분자식은 W2C4쯤 되려나. 여자 둘 고양이 넷. 지금의 분자 구조는 매우 안정적이다.

 p11,12여자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 황선우, 위즈덤하우스 2019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 황선우), <여성 2인 가구 생활> (토끼와 핫도그지음) 비혼에 관한, 혈연-결혼이 아닌 가족의 결합 등 다양한 모습의 가족이 등장하고 있다. 생활동반자법, 실제 베를린에서 시행중인 '생활 파트너쉽' (2017년 7월 독일 내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기 전까지 동성 파트너의 법적 권리를 위해 시행된 제도)과 같은 제도의 논의는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건 시대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이 많은 부분에서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비혼을 택한 1인가구의 증가와 이전 세대를 이룬 가족의 해체. 성별이 같은 두 사람 간의 제도적 결혼. 


“우린 오늘 결혼하지만 혼인신고는 거절당할 거야”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김규진, 위즈덤하우스 2020


국내에서 법적인 효력을 가질 수 없는 동성결혼문제로 인해, 이들은 보통 합법적인 부부의 지위를 부여하는 나라에 가서 결혼을 하고 혼인증명서를 받아서 국내로 돌아오는 방법을 택한다. 실제로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를 쓴 김규진 작가는 한국에서도 결혼식을 올리고, 이후에 미국에서 인정되는 동성결혼을 올렸다. 혼인을 증명하는 법적 서류를 국내 D항공사에 제출하며 이 커플은 (D항공사 방침상 가족일 경우 해당되는 제공되는 부분에서)가족관계를 인정받았다. 현실적으로 미흡한 제도에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만들어가는 김규진 작가님의 사례를 보면서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음을 느꼈다.


이들을 보며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새긴다. 결혼 여부나 성별, 나이 등에 상관없이 이들은 그저 삶의 동반자로 '함께' 산다. 그리고 이들의 삶은 '함께 사는 것'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생활파트너십 같은 제도가 뒷받침해주고 있다. 


p73,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채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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