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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포포 Oct 24. 2021

다양성 맥스인 엄마가 아들을 키우는 법

아들을 위한 젠더교육

나는, B사감과 러브레터에 등장하는 여학생이며 동시에 B사감이기도 하다. 나는 나를 엄격히 단속한다. 효녀가 되라고 한적도 없는데, 효녀가 되길 자처했고, 번듯한 아들이 장남노릇을 톡톡히 하는 집안분위기상 둘째인 나는 적당히 마이웨이로 살아도 되는데, 집안의 밑천인 맏딸처럼 군다. 내가 자라온 배경에서 자연스레 습득한 모든 규율과 관습들이 보이지 않는 밧줄처럼 나를 옥죈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이 모든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내가 무심코하는 말들, 아이 주변에 존재하는 종교, 믿음, 관습, 규율등이 어느새 그 아이가 행동하는 모든 것의 척도가 되어버릴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지금 내가 별 생각없이 내뱉는 이 말이 아이의 가치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까봐 끊임없이 자기검열한다. 고정된 성역할에 대한 기준이 형성 될까 그 역시 주의한다.


간혹 어릴 적 엄마를 떠올린다. 엄마의 시행착오들, 성차별적인 관습과 문화를 나의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할까? 어떻게 해야 이 사회를 조금씩이라도 바꿔나갈 수 있을까?


 p130,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유보미, 민들레, 2019


내가 아이를 위해 고르는 책은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브라네 모제티치가 쓰고 마야 카스텔리츠가 그린 <첫사랑>, 퀴어 페미니스트 출판사 움직씨에서 출간한 책이다. 아이가 6살 때 어린이집에서 만난 친구를 정말 따르고 좋아했다. 그 아이가 멀리 이사를 가게 되면서 연락처도 모르고 헤어지게 되었을 때의 상실감을 짐작했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싶어 고른 책이었다. 세상은 남자여자 두개의 성으로 구분 짓지만, 감정은 그렇게 오직 다른 두개의 성 서로에게만 향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테레사 손이 쓰고, 노아 그리그니가 그린 <나의 젠더 정체성은 무엇일까?>를 읽으며, 여자지만 자신이 남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역시 남자의 몸을 갖고 있지만 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지정성별, 성지향성, 성정체성이 모두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자연스레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우리 아이는 수영할 때 쓰는 수경을 고를 땐 핑크색을 고르기도 한다(남자아이다). 이유는 눈에 잘 띄고, 색깔이 예뻐서. 여자아이는 핑크, 남자아이는 파랑. 같은 공식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다. 


남자 아이가 둘인 우리집에 다가올 사춘기의 습격과 이때 형성되는 성관념, 여성의 몸에 대한 잘못된 이해, 이런걸 여자들이 좋아한다며? 와 같은 포르노 사업이 만들어놓은 삐뚤어진 여성의 몸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올바르게 접하고 배울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우리 아이가 이후 관계를 가질땐 상대방을 존중하며 책임지는 자세를 갖추기 위해 콘돔을 사용하길 바라는 바고, 자신이 좋은 것이 꼭 상대방에게도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우리는 중학교 때 순결사탕을 나눠먹었고, ‘아우성’(=아름다운 우리아이들의 성을 위하여)이라는 구호로 시작된 성교육 붐의 중심이었던 구성애선생님 성교육에서 나아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생활 속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레 배우고 체험하며 서로의 몸을 이해하며, 존중하는 법을 배우길 고민한다.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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