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술취한고양이 Nov 01. 2024

십분 끄적-05. 장례식장

내가 정하는 이별의 방법

 내가 다닌 회사 사무실 근처에는 중간 규모의 장례식장이 있다. 일주일 중 비어있는 시간이 더 많기는 하지만 주차장에 차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 계속 운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차장에 차들이 얼마나 주차했냐에 따라서 시끌벅적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 만차가 되어 회사 골목 안까지 주차를 하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시길래 저렇게 오나 하는 생각도 들고 반대로 차가 얼마 없을 때는 조금 쓸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모리 교수는 특별한 장례식을 진행하는데 바로 살아있을 때 하는 자신의 장례식이었다. 죽어서 듣지도 못할 지인들의 추모사를 직접 듣고 마지막 이별도 직접 하겠다고 한 것인데 참 보기가 좋았다. 영화 '러브액츄얼리'에 나온 리암니슨의 아내 장례식에 나온 베이 시티 롤러스의 'Bye Bye Baby' 같이 이별의 슬픔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덮어 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서울에서 제주로 아무런 연고 없이 나는 여기서의 지인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 그렇다고 서울에서도 친구가 많았던 것도 아니고 그렇게 인간관계 맺음에 서툴고 관심이 많이 없다. 회사 근처의 장례식장을 보면서 내가 죽으면 몇 명이나 올 수 있나 생각을 해 보았는데 정말 스무 명안 되는 듯하다. 조문하나 하자고 비행기 타고 올 정도의 친분이 있는 사람 몇이나 되려나. 와도 그렇게 재미없을 텐데라는 생각에 그래서 내 장례식장에서도 유쾌한 이별 노래나 틀어줬으면 좋겠다. 동네 술집에서 만난 것처럼 오랜만에 다 같이 모여 술이나 한잔 하면서 이별했으면 한다.


쓸데없이 우는 것보다 '잘 가라 엄군아' 하면서 한번 웃어주면 더 좋고.

이전 05화 십분 끄적-04. 사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