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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Oct 12. 2017

인도 마살라 도사 만들기

남인도 코친에서 인도 요리 배우기

인도를 여행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삭하고도 또 바삭한 '마살라 도사'에 반했을 것이다. 커다란 종이를 돌돌 말은 것 같이 생긴 쌀가루 크레이프를 접시에 담아 서빙을 하는 위풍당당한 웨이터의 자세 또한 모든 사람의 시선을 빼앗는다. 마살라 도사 한가운데에 들어 있는 감자 양념을 쌀가루 크레이프와 함께 한 손 가득 뜯어 뜨거운 삼바 국물에 담그고는 하얀 코코넛 처트니에 묻혀서 한 입 먹는 그 즐거움을 맛보았다면 그 맛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그런 맛이었을 것이다.



북인도와는 달리 남인도 가정에서는 아침식사로 흔히 마살라 도사를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워낙 쌀 재배가 많은 지역이기에 쌀로 밥을 지어먹기도 하지만, 쌀가루를 이용해서 마쌀라 도사와 같은 크레이프를 만들고, 야채를 가득 올린 인도의 부침개라고 할 수 있는 '우탐팜'을 만들기도 하고, 백설기처럼 부슬부슬한 질감의 동그란 떡으로 만들어 먹는 뿌뚜와 쫀득한 질감의 떡처럼 찐 이들리를 야채 스프라고 할 수 있는 삼바와 함께 먹는다.


사실 나는 '마살라 도사' 한 가지를 배우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가정집에서 가르치는 쿠킹 클래스를 들었던 것인데, 배우면 배울수록 신비한 인도 향신료가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맛에 이끌려 그만 그 발길이 일주일 동안 매일 이어져 버렸다.



내가 묵고 있는 홈스테이에서 소개받아 간 실버 위드 홈스테이에는 10년 동안 쿠킹 클래스를 해 온 분이 계셨다. 비가 오던 날 우산을 들고, 부엌으로 난 작은 문을 여니,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고 계신 인자한 여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부엌 옆의 식탁 위에 오늘 배울 마살라 도사의 재료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오늘의 재료는 마살라 도사 안에 들어갈 삶은 감자와 쌀가루와 렌틸 콩가루를 섞어 하룻밤 발효시킨 반죽과 인도 양념의 필수인 갖은 향신료 그리고 우리나라의 찌개 같이 야채를 푹 고아 끓이는  삼바(야채수프)에 들어갈 각종 야채들이 이미 썰어져 있었다. 요리를 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야채는 미리 손질을 하셨다고 한다.



가정에서 만드는 마살라 도사는 역시나 식당에서 파는 것과는 달랐다. 혼자 먹기에 적당한 아담한 크기에 기름을 적게 넣어서 더 바삭하고 느끼하지 않은 마살라 도사였다. 코코넛을 직접 갈아 향신료와 함께 갈아 만든 코코넛 처트니는 신선했고 알맞은 양념이 우러난 뜨거운 야채 삼바 국물은 아주 시원했다. 일반 식당에서 먹는 마살라 도사는 크기가 엄청나고 기름지고 맵기까지해서 나도 모르게 맛에 이끌려 다 먹어버리고 나면 항상 속이 불편한 느낌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마살라 도사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커다란 판에 쌀가루 반죽을 얇게 부쳐서 '파다 다닥' 소리가 나도록 부치는 것이다. 보통 마살라 도사를 파는 식당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거리 앞에 커다란 팬을 내놓고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쌀가루 반죽을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크게 만드는 것만 보더라도 '저건 대체 무언인가' 하는 호기심과 함께 금방 그 모습에 매혹되어 '언젠가 한 번은 먹고야 만다'라는 굳은 결심을 하게 만든다.


가정식 마살라 도사와 삼바 그리고 코코넛 처트니

쌀가루와 렌틸 가루를 갈아서 발효시킨 후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얇게 부친 후에 기름을 몇 방울 떨어 뜨려 바삭하게 굽고 안에 향신료와 양파를 넣고 볶음 감자를 듬뿍 넣어 반으로 접어 준다. 그리고 코코넛을 갈아서 향신료를 넣어 만든 코코넛 처트니와 야채를 넣고 푹 고은 수프에 삶은 렌틸콩과 향신료를 넣고 한동안 더 끓여 만든 삼바와 함께 먹는다.



그 다음 날 배운 것은 남인도 아침식사인 뿌뚜, 이름도 귀엽지만 우리나라의 백설기 같은 질감에 코코넛이 씹히는 게 참으로 고소하다. 보통 병아리콩 커리와 곁들여 먹는다.



기름기 없이 수증기로 찐 쌀 팬케이크라고 할 수 있는 아빰.  방금 만든 뜨거운 김이 나는 아빰을 코코넛 밀크를 듬뿍 넣어 만든 야채 커리와 함께 하면 달콤한 맛이 정말 일품이다.


통통한 브라운 라이스와 베지 아비얄, 시금치 띠알


남인도를 대표하는 아침 식사를 배운 후에 본격적으로 배운 남인도의 밀즈 (우리나라의 백반 같은 정식)에 들어가는 기본 반찬을 배웠다. 코코넛이 많이 나는 곳이라 거의 대부분의 음식에는 코코넛이 들어간다.



잘게 부슨 코코넛과 코코넛 밀크를 또 한 번 넣어 만들어서 아주 부드러운 맛의 베지 아비얄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채소 중의 하나인 시금치를 넣어 볶은 시금치 토란을 배우고는 통통한 남인도의 쌀밥과 함께 먹었다. 많이 먹는 것을 조금 부끄러워하는 내가,  너무 맛있어서 재빨리 먹어 버리고는 또 한 접시를 청해서 먹기까지 했다.



비트루트 키처리, 색깔이 참 곱다. 빨간 무인 비트루트를 향신료를 넣고 볶다가 요거트를 넣어 끓인다. 비건일 경우에는 코코넛이나 캐슈넛으로 요거트를 만들어 넣으면 된다고 한다. 나도 비건인 까닭에 이 아름다운 음식은 함께 묵는 여행자들에게 주었다.



보통 바나나 잎에 차려져 나오는 남인도의 정식인 밀즈에 빠져서는 안 되는 베지 띠알(커리). 채소가 흐물거릴 때까지 푹 끓여서 그런지 참 깊은 맛이 났다. 도시락에 음식을 담아 주셔서 홈스테이 가족들과 함께 먹었다.



몸에 아주 좋은 생강커리를 추천하셔서 배웠지만... 역시 생강이나 마늘, 양파를 조금 멀리하는 나로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든 맛이었다. 이것은 일반 커리라고 할 수는 없고, 음식을 먹을 때 곁들이는 소스 같은 역할을 하는데, 건강에 아주 좋다고 한다.



인도 커리를 만드는 방법은 보통 두 가지가 있는데, 드라이 커리( 물기 없이 만드는 커리)와 그레이비 커리( 재료가 소스에 푹 담겨 있는 커리)가 있다. 야채를 넣고 물기 없이 만드는 드라이 커리를 먼저 배웠다. 재료를 큼지막하게 썰어서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는 드라이 커리가 좋은 것 같다.



햇볕에 잘 말린 고추를 절구에 빻아 호박 커리에 넣고 오랫동안 끓여 주었다. 빨간 고추가 보이는 노란 국물 안에 아주 부드러운 호박이 숨어 있다.



마지막으로 배운 인도 대표 커리인 알루 고비 (감자와 컬리플라워 커리)를 그레이비 커리로 배웠다. 인도에서 처음 커리를 시도할 때 가장 많이 먹는 커리인데, 안의 재료를 바꾸면 여러 가지 커리로 탈바꿈할 수 있어서 다음에는 감자 완두콩 커리로 응용해 볼 생각이다.


알면 알수록 신비한 인도 향신료의 조합.

인도의 모든 가정집에는 그들만의 가람 마살라 (10가지 이상의 향신료를 조합하여 만든 마술과도 같은 향신료)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비법은 자손 대대로 내려온다는데, 선생님께서는 여러 향신료가 들어 있는 선반을 열더니, 내게 그녀가 만드는 가람 마살라의 비법을 알려주었다. 10가지 이상의 향신료를 볶아서 가루로  만들어야 하는 약간은 손이 가는 일이지만, 모든 음식을 맛있게 만든어 준다는 매직 향신료를 거부할 이유가 있는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바로 만들어 내 보물 선반에 넣어 놔야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바나나 잎에 차려진 소박한 밀즈
방금 만든 따뜻한 밀즈
요리 선생님의 아름다운 향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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