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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Apr 24. 2018

행복을 찾아 떠난 요가 여행

인도 리시케시로 잠시 피신했다.

인도에서 6개월을 보내고 돌아온 서울은 생각보다 더 적응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봄이 시작되는 3월인데도 겨울보다 더 차가운 바람이 도시를 휩쓸어 버리니 마냥 쓸쓸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집으로 다시 돌아왔으니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으려 애쓰며 작년에 내가 처음 진행했던 인도 요가 여행 프로그램 정비와 다음에 있을 인솔 준비 등 해야 할 일 몇 가지를 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소용돌이를 치려하고 있었다. 가끔씩 조용하게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면 그것은 원래 3월에 갈 생각이었던 인도의 리시케시로의 요가 여행을 가고 싶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인도에서 다시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간다니 흔한 말로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었다. 그래서 그냥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고 얼마 전 발을 디딘 서울에서의 시간을 보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이맘 때면 항상 갔던 리시케시로 향해 있었고, '까짓것, 남아 있는 일은 인도에 가서 하자. 여기서도 이렇게 뭉그적거릴 봐엔 좋아하는 곳에서 잠시 요가를 하며 일도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하며 어느 날 밤, 잠 못 이루던 날에 갑작스럽게 인도로 들어가는 항공권을 예약하고 말았다.


일을 저지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어떨 때는 쿵닥거리기도 할 만큼 설레었다.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무작정 인도로 들어가기로 했다.


인도를 옆동네 정도로 생각하고 항상 가볍게 드나들던 나의 생각은 틀린 것이었나 보았다. 인천공항으로 바쁘게 들어가니 내가 예약했던 델리행 항공은 기체 고장으로 취소되어 있었고, 5시간이 지난 후에야 대체 항공을 탈 수 있었는데 그것도 인도 북부의 델리행이 아닌 인도 중부의 뭄바이행이었다. 9시간 비행 후에 뭄바에 도착했고, 또다시 5시간을 기다린 후에 델리행 국내선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새벽기차를 타고 리시케시로 들어가려던 나의 가벼웠던 계획은 이미 틀어져 버렸고, 나는 허둥지둥 메트로를 타고 버스 터미널로 가서 운 좋게 바로 출발하는 리시케시행 버스를 타고 6시간 반의 버스 여행 후 그토록 다시 오고 싶던 리시케시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으나, 도착하자마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이미 비를 피해 들어간 사람들로 홍수를 이루는 작은 짜이와 사모사를 파는 가게에서 음료수를 하나 마시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이렇게 고생스럽게 도착한 리시케시는 생각보다 훨씬 더 좋게 느껴졌다.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고 왔다가 뜻밖의 고생을 하니 더 마음이 애틋해지는 느낌이었다. 비를 맞으며 숙소로 들어와 전에도 썼었던 방을 둘러보았다. 정말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부터 곧장 요가를 시작했다. 내가 머무는 락슈만 줄라 지역에서 요가원이 있는 람줄라 지역으로 가는 아침 산책길은 인도인들이 깨어나는 순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운 나라의 사람들답게 부지런한 그들은 먼지를 뿜어대며 길을 빗자루로 쓸고 있었고, 길가 곳곳에 있는 인도 홍차를 파는 짜이집엔 벌써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짜이를 한잔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느릿느릿 걸음의 커다란 소들은 새끼 소들과 함께 일렬로 내 앞을 걷고 있었고, 틈새를 노려 먹을 것을 훔쳐가는 원숭이들도 벌써 몇 마리가 나와 다리를 길게 내려 담장에 느긋이 앉아 있었다.



여행자 구역을 넘어 고요한 길에 놓인 짜이집엔 일본인 친구가 짜이를 마시고 있는 황토색 제복의 경찰관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사실 이 친구 덕에 급하게 리시케시로 오게 된 것이었다. 매년 이맘때에 이 일본 친구도 리시케시로 항상 요가를 하러 오는데, 한국으로 돌아간 나에게 요가를 하러 오라며 며칠을 들볶아대어서 용기를 내어 오게 된 것이었다. 비건인 까닭에 인도에서 느낄 수 있는 짜이 타임의 행복을 난 느낄 수 없지만, 대신 짜이를 마시고 있는 그들 곁에서 인스턴트 블랙커피를 홀짝이는 즐거움도 있다. 그리고 길게 나 있는 숲 속 길을 걸어 인도의 전통 하타 요가원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온 리시케시에서의 요가 수업은 마음과 몸을 깨워 주었다. 50명의 수련생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요가 선생님의 말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정신은 맑아지고, 굳어 있는 몸은 점점 유연해져 갔다. 오전 요가 후에 커다란 망고 주스를 한잔 마시며 수다를 떨다가 다시 강가를 걸어 숙소로 가는 길에는 많은 수행자들이  '바바 백'이라 불리는 털로 짠 가방에 그들의 모든 것을 넣어 다니며 길을 걷고 있었다. 왼쪽으로는 에메랄드 빛의 갠지스강이 힘차게 흐르고 있고 그 길을 매일 명상하듯 걸어 다녔다.


저녁이 되면 오토릭샤를 타고 다시 람줄라 지역으로 내려가 아헹가 요가를 배운다. 역시 요가원을 꽉 채운 60여 명의 요기들과 함께 선생님께 혼나가며 한 시간 반의 요가 시간을 꽉 채우며 땀을 흘리고 마지막 명상의 시간까지 가지면 하루가 지나간다.



요가 수업 후에 음미하는 채식 요리들. 리시케시는 채식 마을이기 때문에 요가와 명상 그리고 채식으로 몸과 마음을 정돈하고 싶다면 참 좋은 곳이다. 그래서 나는 행복해지고 싶을 때면 이곳으로 피신하여 다시 살아갈 마음의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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