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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Aug 31. 2017

인도로 떠나는 휴가

-남인도의 케랄라로 휴가를 떠났다.

인도로 떠나는 휴가

인도에 쉬러 간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와 낯선 냄새,  뿌옇게 내린 먼지 때문에 앞이 가려진 시야, 공항 밖에는 친구나 친지를 기다리는 인도인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혀가 내둘러질 정도로 정신이 없는 건 갈 때마다 매번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웬일인지  틈만 나면 인도로 휴식을 떠났다. 북인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 친구들을 만나러 다녀오고, 갠지스 강이 흐르는 곳에서 잠시만 이라도 시간을 보내러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다가 올봄에는 큰 맘먹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인도의 끝 자락에 위치한 남인도의 케랄라 주로 또다시 휴가를 떠났다. 인도의 북인도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커피를 만들며 지내다가 몸과 마음의 힘이 다 소진된  상태여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쉬고 싶었다. 그러다가 찾아간 곳이 인도 안의 지상낙원이라는 케랄라였다.

코친의 중국식 어망
남인도에서 마시는 커피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러 길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아름다운 해변과 길거리에 쌓여 있는 코코넛, 짧은 천을 치마처럼 두르고는 고기를 잡는 어부들, 그리고 그 앞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 여행자들 등 북인도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을 하고 있었다. 강한 햇볕 탓에 그을린 얼굴을 하고 있는 인도인들의 얼굴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하는 부드러움과 건강함이 넘치고 있었다. 북인도의 복잡함과 시끄러움과 달리 남인도는 특유의 느슨함과 이국적인 모습에 조금 마음이 푸근해졌다.

 아침 일찍부터 가게들이 문을 열고 있었는데 남인도는 커피를 재배하는 곳이기 때문에 필터를 이용하여 진한 커피를 파는 곳이 많이 보였다. 거리 한 구석에 인도 남자들이 무리를 지어 커피를 마시고 있길래 나도 그 옆에 서서 블랙커피를 한잔 시켰다. 블랙커피라는 내 주문에 그들의 눈빛이 조금 흔들리며 머뭇거리는 느낌을 감지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우유 빼고 설탕도 빼주세요'라고 다시 한번 말했더니,  커피를 만드는 남자가 '오케이, 노 밀크, 노 슈가' 하며 나를 안심시켰다.  인도인들에게 커피에 우유와 설탕을 넣지 않고 마시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기에 꼭 설탕을 빼 달라고 말을 해도 내 앞에 놓인 커피는 보통은 흐린 커피에 설탕만 가득 들어간 커피가 배달되기 일수였다. 하지만 이곳은 커피 생산지인 남인도! 곧 진한 커피가 내 앞에 놓였고,  동으로 만든 작은 잔이 긴 잔을 겹치고 있었다. 긴 잔에는 커피가 들어 있었고, 긴 잔 밑의 작은 잔은 컵 받침대의 구실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멀뚱멀뚱 커피잔만 바라보고 있자 곧 어느 여인이 와서 두 잔을 분리하여 양손으로 들더니 커피를 이리저리 옮겨 주며 식혀 주었다. 커피가 많이 뜨겁다며 이렇게 식혀 마셔야 한다고 제스처를 취하며 말을 한다. 이리저리 섞인 탓에 거품을 머금은 커피는 혀가 대지 않을 정도로 알맞게 식어 있었고, 그 따스한 마음에 그냥 검게만 보였던 커피는 설탕이 들어 있지 않음에도 달콤한 맛이 났다.


그 이후로 나는 커피를 시키고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커피와 커피를 가져다준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기만 했다. 때로는 식당에서 일하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에게 커피를 식혀 달라고 손짓으로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면 어디선가 두 손이 나타나 부드러운 웃음과 함께 내 커피를 식혀 주었다.

매일 아침에 마시는 ‘후후 식혀 주는 커피 한잔’은 내가 광활한 인도 대지에 혼자 있음에도 혼자 있지 않은 따뜻함과 안정감을 주었다. 


 인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행의 두려움을 안겨주는 나라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나는 여행이 아닌 인솔로 인도 땅을 처음 밟았는데, 인도로 들어가기 전부터 주위 사람들은 ‘인도는 세상에서 가장 여행하기 힘든 나라다. 아프리카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했다. 때마침 아프리카에서 막 돌아왔던 나는 ‘아프리카보다 더 하다면 꽤 심각한 수준인가 보군’ 하는 두려움이 내 마음속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드디어 다른 교육생들과 함께 인솔 교육을 받으러 인도 뭄바이로 들어갔다.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러 밖으로 나오니 공항 밖에는 웬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손눈썹이 무척이나 긴 커다란 눈들이 우리에게 향했다. 내가 일을 시작했던 인도 여행사의 사장님은 그랬다고 한다. 두려움을 가지고 인도 공항에 내리니, 늦은 밤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고 있던 인도 공항 공무원을 보고 마음을 푹 놓아버렸다고. 난 우리에게 쏟아졌던 그 큰 눈들에서 여행자들에게 보이는 호기심을 읽었고 왠지 모를 인도인들의 순수함을 보았다. 그들에게 살짝 미소를 보여주며 인사를 하니 우리를 보고 있던 인도인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박장대소를 했다.



 이렇게 낯선 길거리 거리마다 타인과의 소소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곳이 내게는 인도였고, 거기에서 느껴지는 사소한 즐거움은 내게 여행이라는 현지인들과의 소통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열린 마음으로 미소를 보여주면 그들은 커다란 웃음으로 특유의 고갯짓을 하며 유쾌하게 응대를 해주었다.  인도 거리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쾌활함, 그것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그저 낯선 곳에 온 여행자를 보살펴 주는 정 같은 것이었고, 인도에 갈 때마다 느끼는 따스함이었다.


인도는 또한 인솔을 하며 어려움에 쳐했을 때 도움을 주는 많은 친구들이 있는 곳이다. 으레 인도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인솔자라고 하면 그런 험한 곳에서 여자가 인솔을 한다고 하는 생각을 하기가 쉬운데, 사실 여행지에서 여성 인솔자나 여행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남성에게 보이는 일종의 경계심이 없기 때문에 여행이나 일을 할 때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 이런 사소하고 소소한 관계가 커져서 이제는 인도에 친구가 꽤 많아졌다. 


후후 식혀주는 커피


 남인도 케랄라에서의 나의 하루는 매일 아침에 식혀주는 커피를 마시고는 종종걸음으로 요가센터에 들어가 호흡과 명상을 함께 하는 요가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바닷가를 산책하고 시장 구경도 하면서 거리에서 만나는 현지인들과 교류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길게 머문 시간이 아니었는데도, 케랄라를 떠날 때 나는 내가 머물렀던 숙소의 직원들과 거리에서 만났던 상인들 그리고 매일 갔던 커피 가게, 내 옷을 멋지게 지어준 재봉사 그리고 매일 요가를 가르쳐 주었던 요가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떠났다. ‘그 짧은 시간에 생각보다 많은 이들과 교류를 했군’ 하고 놀라기도 하였다.

매일 아침 친절한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커피 한잔과 아침 요가 그리고 해변 산책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길거리 친구들. 이것만으로도 여행은 아주 충만해졌다.

남인도의 정장인 하얀 셔츠에 흰 천을 치마처럼 둘러 입은 카리스마를 뿜는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면 모두 남인도 케랄라로! 그리고 어디선가 나타나 커피를 식혀주는 커피 맛을 음미하며 여행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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